"문화 총체인 박물관 유물에 관심 가져주길"

▲ 신성해 원불교역사박물관장은 초기교단의 유물이 박제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단 구성원들의 문화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어떤 조직이나 지역을 알려면 박물관을 먼저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박물관은 그만큼 모든 역사를 축약해 놓은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원불교역사박물관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신성해(59) 관장.

그는 원불교역사박물관의 체계적인 관리와 운영시스템 정착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년째 근무하고 있는 동안 '유물로 찾아뵙는 대종사님' 특강(일요법회)을 507회나 할 정도로 이 분야에 독보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는 "박물관은 대종사의 지자본위의 사상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곳이고, 어떻게 교단이 성장해 왔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다"며 "유물이 박제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단의 문화인식의 전환이 시급하고, 문화시대에 맞는 박물관 활용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원불교역사박물관의 지역사회 역할은

익산시나 전북에서 원불교가 차지하는 위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크다. 이런 위치에 걸맞는 문화적 혜택을 지역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지역민의 문화 민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하고, 교도만을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박물관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박물관의 수준으로는 현상 유지하는 것도 벅찬 형편이다.

- 익산성지를 새롭게 조명한다면

익산성지는 근대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 소태산 대종사의 행적과 초기 교단사 등이 생생하게 남아있어 이런 가치를 현 시대에 맞게 잘 구현해 내야 한다. 근대문화의 민속촌처럼 재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대한 대종사 당대처럼 익산성지를 재현해 내면 그때의 분위기를 한층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익산성지를 민속촌화, 혹은 근대문화 유산화하자는 것은 현재 건물들의 특성을 살려내고,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구조실, 세탁부 등 특색있는 건물들을 콘셉트에 맞게 조성하게 되면 훨씬 일반인들이 원불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대종사는 영산성지 28년, 익산성지에 20년을 살지 않았나. 전법과 열반지로서 익산성지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이런 작업은 신앙과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 현재 박물관 상황은 어떤가

현재 원불교역사박물관 수장고에 5천여 점의 유물과 우리삶문화 옥당박물관 수장고에 민속자료 3천여 점의 유물이 있다. 문제는 수장고에 있는 유물들이 갇혀있다는 것이다. 수장고에 있는 유물들은 기획전시나 디지털 작업을 통해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입고되는 목록은 기재하고 있지만 분류에 따른 유물대장작업은 못하고 있다. 대종사와 정산종사, 대산종사 등 핵심유물들은 정리가 됐지만 그 이외의 것은 인력과 재원부족으로 손을 못대고 있다.

- 박물관에서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박물관은 초기 교단사와 유물들이 숨을 쉬는 곳이다. 일단 보관된 유물들을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전문 문화인재의 양성과 연구그룹이 있어야 한다. 상근 연구자가 아니어도 좋다. 교단 유물에 관심 있고, 전문연구를 해보겠다는 출가자들이 객원 연구원으로 참여하면 된다. 젊은 교역자부터 퇴임한 원로 교역자들도 가능하다. 수장된 유물을 고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연구와 논문 등이 나와 줘야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또한 교단 문화강좌 등을 개설해 우리의 보물들을 알려 교도나 일반인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원불교역사박물관은 지은 지 20년이 넘어 건물과 설비보수를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집행되는 예산을 보면 인력을 유지할 만큼만 지원해 준다. 2개의 큰 박물관(옥당박물관은 파견근무)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원은 관장을 포함해 5명이 관리하고 있다. 인력지원과 재정적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개교 100년을 맞이하는 기념대회를 내년 5월에 개최한다. 그런데 원100성업 사업에 박물관에 관한 어떤 사업도 없어 실망이다. 역사를 기념하려면 적어도 박물관과 연계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야지 않나. 행사만 할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생성해 내는 작업을 박물관과 협력해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 복제 복원도 병행하고 있는데

그렇다. 박물관 직원들이 기존업무를 수행하면서 복제 복원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왜 복원 복제가 시급한가하면, 종이로 된 유물들은 좀 먹기 시작했다. 내가 왔을 때 괜찮았던 유물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원형을 잃어가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관장이라서가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실제 훼손된 유물을 보지 않은 재가 출가교도들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대대적인 복제 복원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 새 도록 제작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지금 쓰고 있는 도록은 2003년에 제작한 것으로 초기 교단사의 중요한 유물을 담아냈다. 〈원불교역사박물관 도록〉은 대종사와 정산종사, 대산종사의 핵심유물 200여 점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당시 5천부를 제작했는데 이제는 이것마저도 재고가 없다. 원불교 100년이라는 거룩한 잔치에 박물관의 사업이 없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자랑스런 초기 교단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도록을 기획하고 현대의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재 탄생시켜야 한다. 교단을 찾아오는 내빈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 기획 전시는 어떤 것들을 해왔나

개인적으로 4년 전 우리나라 박물관 창설 100주년 기념전, '파라오와 미라'를 감수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 전시했다. 관람객 1천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대 성공을 거둔 전시였다. 역사박물관에서는 소태산 대종사 60주년 특별전(대종사 의복복제 작업 등)과 정산종사 열반 50주년 특별전, 주산종사 탄생 100주년 특별전, 상산 박장식 종사 100세 기념전 등을 개최했다.

이밖에도 일반 작가들을 초청해 다양한 장르와 작품들을 전시해 문화콘텐츠를 풍성하게 했다. 김금주 닥종이 전시, 김효숙 조각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박물관은 2003년부터 문화학교를 열어 왔고, 특별강연회나 인문학 강좌 개설,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한 프로그램, 원로원 수도원 원로교무들과 떠나는 문화답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 제2 수장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박물관의 수장고는 유물이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 기존 초기 교단사 유물과 종사위 및 열반인 유물들로 가득 차 있다. 제2 수장고의 필요성은 유물이 많아서도 필요하지만 천재나 인재로 인한 유물의 소실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소중한 유물을 복제해 적어도 두 곳 정도에 보관해야 한다. 유물을 관리 보존하는데 분산 분리보관은 꼭 필요한 일이다.

◆ 신성해 원불교역사박물관장은

1995년 광복50주년 기념 알타이 문명전을 책임연출했고, 경희대학교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원불교역사박물관 전시책임연출을 맡아 왔다. 2002년에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종교복식전을 연출했고, 2012년에는 봉녕사 박물관 총 기획 및 개관 지휘했으며, 효행박물관 총 기획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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