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교도
책상을 정리하다가 빛바랜 원고들을 다시 훑어보게 되었다. 〈원불교신문〉에 실었던 칼럼들이다. 반 이상이 '교헌개정'에 관한 내용이다. 글머리만 보고도 그간 우리교단의 여망과 핵심명제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또 저간의 허망했던 '담론(談論)'들의 실종에 아릿한 그 무엇을 다시 되새겨보게 해준다. 이제는 모두들 흘러간 옛 노래라고들 하지만, 제 아무리 무슨 주문처럼 그것들을 다시 곱씹어보아도 허량해지고 마는 심사는 또 무엇인가?

한마디로, 그간의 '교헌개정 논의'는 분명히 그럴 만한 명분과 이유들이 있었다. 혹자는 이번 교헌개정 논의야말로 재가 출가교도들의 간절한 열망이 담긴 교단중흥의 일대 거사였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정체된 교화와 교정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개선 광정(匡正)하고, 보다 시대에 걸맞는 교단체제와 교화역량을 갖추어나가기 위한 제2의 방언공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모든 기대와 희망 속에서 1년7개월여에 걸쳐 중지(衆智)를 결집해왔던 '교헌개정 논의'가 하루아침에 그리도 허망한 공염불로 막을 내리게 될 줄이야…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왜 그 꿈의 담론들이 일거에 본연의 뜻을 접고 유야무야 문을 닫아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들을 한다. 그것도, 사안에 대한 그 어떤 합당한 절차적 해명이나 대안도 없이 말이다. 더구나 대의와 명분을 생명으로 하는 교단에서 스스로 내건 약속과 공의를 그처럼 서둘러 저버리다니. 혹연, 그간의 논의과정에서 그 어떤 소통과 이해의 연대가 다소 미흡했더라도 보다 슬기로운 방책과 대안을 찾을만한 여백은 얼마든지 있었는데도 말이다.

부처님도 '법(法)에 대하여 부단히 토론하라. 그래야 정법(正法)이 쇠퇴하지 않는다'고 했다. 토론은 어느 한 편의 승리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모두를 상승케 하는 조화와 원융 상생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좋은 '논의'는 모두를 윈윈하게 하는 창조적 위력을 낳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 혹자는 인지와 문명이 진화할수록 다양한 지식과 새로운 지혜를 결집해 나가는 공론과 자발적인 혁신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의를 결집하는 법과 언로(言路)를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당초에 목표로 했던 우리 교단의 혁신과 개혁의 원초적 환경과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담론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여, 지금까지의 교헌개정 논의를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는 교정체제와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모든 재가 출가교도가 다 함께 희망과 보람으로 영산회상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교헌을 연구해나가자고 한다. 이처럼 엉거주춤한 선례의 유산을 물려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다 대국적인 안목에서 새로운 100년을 위한 '교헌연구(개정) T/F'팀을 운용, (꼭 원기100년의 시한에 묶일 것이 아니라) 교단성업 제3대를 결산하는 원기108년을 목표로 보다 체계적인 교단체제의 혁신방향을 연구, 실천해 나가자고 한다. 그럼으로써 지금까지의 '특위'의 명분과 교단의 공약도 크게 살려내자.

지금 세계는 화합과 공존공영을 귀가 아프게 외치고 있다. 우리 교단도 재가 출가교도의 인화와 단결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교단은 모든 재가 출가교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합력하는, 그리고 희망과 보람을 공유할 수 있는 비전과 실천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구성원 모두가 뜻을 함께하는 정신문화공동체의 구현이다. 지금은 스마트한 집단지성과 진취적인 행동역량을 중시하는 시대다.

우리 교단도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주세교단으로서의 정체성과 포부를 확실히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갖게 해줘야 한다. 그러한 주세교단의 이상과 포부를 실현할 수 있는 체제와 기반을 줘 구축하기 위해 모든 재가 출가교도가 좀 더 가슴을 가까이 맞대고 궁리를 해보자는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였다. 또. 매사는 분명한 매듭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이어간다고도 하였다.
다시 한번, 그간의 교헌개정 논의에 대한 지도부와 특위의 분명한 석명(釋明)과 더불어, 또 하나의 아름다운 논의(교헌개정 T/F)가 새로운 '100년의 약속'으로 더 큰 빛을 발하기를 충심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분당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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