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문학상 최우수상
시, 현실 통찰의 안목이 우선

원불교문인협회와 본사가 공동 주최한 제2회 소태산문학상에서 이원구 시인(남양주교당)이 시 '세월이 가면'으로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지난해 〈원문학 15집〉에 발표한 '세월이 가면'은 비판적인 산문시라 표현이 직설적이고 다소 거친 작품이어서 수상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웠고 한편으로 좀 부담스러웠다"며 "감수성이 뛰어나고 표현력이 충실한 젊은 시인들이 상을 받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이 가면'의 작품구상의 계기와 과정에 대해 "불교적으로 미화된 심청가의 이면에는 가난한 아버지가 딸을 팔아먹고 뱃사람들이 인신제물을 쓰던 조선시대의 참혹한 현실이 깔려 있다"며 "세월호는 우리 시대의 교육과 종교, 그리고 정치가의 무지와 무능, 잘못된 관행이 빚어낸 가슴 아픈 참사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물신숭배의 면에서 심청의 희생과 세월호 학생들의 죽음이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월이 가면 세상사가 잊히거나 심청가처럼 왜곡되어 미화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하지 말고 우리들의 현실을 통찰하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의도로 이 시를 썼다. 처처불상(處處佛像)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시창작의 방법에 대해 그는 "시의 특징은 운율, 압축성, 함축성, 현실성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독재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에서 시인들은 현실을 대체로 무시하거나 외면하거나 경계하고 있는데, 우리 현실에 바탕을 둔 시가 독자에게 더 감동을 준다"고 조언했다.

현재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죽음의 테크닉〉을 집필 중인 그는 "이집트와 히브리가 관련되어 있어서 매우 복잡한 이 작업이 끝나면 제쳐 둔 시집도 한 권 묶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교단적으로 좀 더 조직적이고 집중적인 인적 물적 지원이 있어야만 원불교 문학이 전문적으로 정립될 것이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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