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
누구든 나이를 먹고 늙어 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몸도 여기 저기 불편해 지고, 의욕이 예전처럼 왕성하지 않죠. 그런데 분명히 좋아지는 점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의지대로 뜻하는 바를 실현해낼 수도 있고, 왠만한 경계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되죠.

"준영교무, 나는 나이 들어가는 지금이 너무 좋아. 어릴 때라면 이것 저것 눈치보느라 시도도 못해봤을 일들을 지금은 자신있게 시도해 볼 수도 있고, 설령 그것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크게 실망하거나 상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아." 몇 년 전 40을 넘기고 50을 바라보며 마음에 일어난 변화라며 들려주던 동기교무의 말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 또한 40을 넘기고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고 보니 어느 순간 마음에 잡념이 많이 줄어들고, 급한 마음이 여유로와지고, 예전의 걱정이나 불안이 많이 사라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간 제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위에 말한 동기교무님이나 저나, 그간에 공부를 했다 안했다 해도 알게 모르게 쌓여진 마음의 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 쌓여진 힘이야말로 나이들어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죠.

정말 마음에 힘이 있으면 어떠한 경계에도 자유로울 수 있고, 그 경계를 대중에게 널리 행복주는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경계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힘이라는 거죠. 일례로 많은 현대인들이 시름하는 외로움이라는 문제도 결국 마음에 힘이 있으면 별로 문제될 일도 아니죠. 마음에 힘이 없고 칭찬이나 대우 등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외로움을 달래고자 하니 끝없는 외로움에 힘겨워하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겁니다.

외로움 뿐만이 아니죠. 인생에서 부딪히는 수 많은 문제들도 알고보면 경계나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힘이 약해서 흔들리고, 끌리고, 가려서 일어나는 일들이죠. '심약한 자여! 흔들리는 건 그대 마음이야. 그림자가 나무를 어지럽힐 수는 있지만 나뭇가지를 꺾을 수는 없지. 세상사 모두 스쳐지나가는 바람이야. 불어오는 바람을 탓하지 말고 그대 마음을 잘 들여다 봐.' 경계를 당할 때 마다 제 마음을 챙기는 주문이자, 주변 상황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마음의 힘을 길러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인생을 꿈꿀 수 밖에 없죠. 그렇다면 마음의 힘을 잘 기르는 것이 관건인데요.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에 힘이 길러질까요?

원불교에는 정신수양·사리연구· 작업취사라는 삼학으로서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공부 길을 제시합니다.

정신을 수양하여 어떠한 경계에도 흔들림없고 끌림없는 정신의 자주력과 일과 이치를 연구하여 밝게 분석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지혜의 힘과 일거수일투족의 행위를 할 때에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분석하여 정의는 용맹 있게 취하고 불의는 용맹 있게 버리는 실행의 힘이라는 이 삼대력을 갖추어 간다면 누구든지 어떠한 경계에서도 마음의 힘을 발휘하여 불필요한 고통을 덜고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삼학 공부를 할 때에는 한 쪽에 편중되지 않도록하는 병행이 필요합니다. 본인에게 쉽고 편하다고 한 쪽 방면의 수행만 계속하면 한편에 치중하여 균형적이고 전인적인 인격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죠. 결국 삼학의 균형적인 마음공부가 우리를 자유케하고 평안케 할 것입니다.

밴쿠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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