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리와 냄새와 맛에 물들지 아니할 새

소명태자는 9장의 대의를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이라 했다. 이 말은 '어느 한 상도 상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금강경 전체가 무상(無相)으로 종(宗)을 삼고 대승을 표방하고 '나'라는 상(相)을 깨부수는 것에 있다.

須菩提야 於意云何오 須陀洹이 能作是念호대 我得須陀洹果不아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냐? 수다원(須陀洹)이 능히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내가 수다원 과(果)를 얻었다'하는 생각을 해서 되겠느냐? 아니 되겠느냐?

수다원은 초기불교 수행단계인 사향사과(四向四果) 가운데 하나다.
예류향(豫流向/ 수다원), 일래향(一來向/ 사다함), 불환향(不還向/아나함), 아라한향(阿羅漢向/ 아라한)의 첫 번째 단계로 잘못된 견해에서 벗어나 비로소 진리를 추구하는 흐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불교에서 법호를 남자에게는 산(山)를 주고 여자에게는 타원(陀圓)을 주는데 '타(陀)'자를 금강경에서 빌려왔으며 낮은 언덕을 뜻한다.

須菩提- 言하사대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何以故오 須陀洹은 名爲入流로대 而無所入이니 不入色聲香味觸法일새 是名須陀洹이니이다

수보리 말하되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한 연고인가 하오면 수다원은 성류(聖流)에 들었다 이름하오나 들어간 바가 없사오니 빛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부딪침과 법에 물들지 아니할새 이를 수다원이라 이름하나이다."

입류(入流)라는 것은 원불교에서 말하는 교도에게는 입교를 뜻하고 전무출신에게는 출가를 뜻한다. 세상에서 보면 역류(逆流)이다. 세상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우리는 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다원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스스로가 발심하는 것이다. 수다원이란 '인간세의 미혹함을 끊고 성자의 영원한 평안함의 흐름에 방금 들어간 자'를 의미이다. 초입의 예비단계라는 뜻을 의미하여 예류(豫流)라고 했다.

이무소입(而無所入)이라 들어간 바가 없다는 것으로 전무출신을 서원하였다는 생각, 원불교 교도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 진정한 수다원과를 얻은 것이 아니다. 육경의 색성향미촉법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이름 하여 수다원이라 하였다.

육근에 식(識)을 더하면 육식이 된다. 이 육식이 육경을 통해 본래 마음이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육진(六塵)이라고도 한다.

사람이 주위 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총부에 살면서 어느 날부터인지 저녁에 총부 식당에 가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저녁은 낮에 먹고 남은 것을 주로 주다 보니 밥도 반찬도 모두가 진기 빠지고 어설프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런 것 자체에 얽매이는 것이 환경에 지배를 받는 것이다.

須菩提야 於意云何오 斯陀含이 能作是念호대 我得斯陀含果不아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냐, 사다함(斯陀含)이 능히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내가 사다함 과를 얻었다' 하겠느냐 안하겠느냐?

須菩提- 言하사대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何以故오 斯陀含은 名一往來로대 而實無往來일새 是名斯陀含이니이다

수보리 말하되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한 연고인가 하오면 사다함은 한 번 왕래한다 이름하오나 실은 가고 옴이 없을새 이를 사다함이라 이름하나이다."

일왕래(一往來)라 하여 '한번 오는 자'의 뜻이다. 인도인의 이상은 '해탈'이다. 해탈이란 곧 윤회의 굴레를 벗어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두번 다시 생사의 윤회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육도윤회를 자재한다는 뜻이 되며 이것이 일왕래의 첫번째 뜻이다.

두번째 뜻은 생활속에서 두번 다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돈 경계를 대하면 마음이 수십 번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공자께서 말씀하신 불천노(不遷怒) 불이과(不貳過) 같이 두 번 다시 범하지 않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사다함의 경지도 결국 대단한 심력(心力)이 있어야 한다.

須菩提야 於意云何오 阿那含이 能作是念호대 我得阿那含果不아 須菩提- 言하사대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何以故오 阿那含은 名爲不來로대 而實無不來일새 是故로 名阿那含이니이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냐. 아나함(阿那含)이 능히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내가 아나함 과를 얻었다" 하겠느냐." 수보리 말하되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한 연고인가 하오면 아나함은 오지 않는다고 이름하오나 실은 오지 않음이 없을새 이런 고로 아나함(阿那含)이라 이름하나이다."

아나함(阿那含)이란 원래 뜻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 자'이다. 원불교에서의 법강항마위 정도라 생각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욕심 경계에 있어서 한 번도 끌리지 않는 경지이다. 정전 무시선법에서 철주의 중심이 되고 석벽의 외면이 되어 부귀영화도 능히 그 마음을 달래어 가지 못하는 그런 경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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