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시민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전반적인 통일의식이 약화돼
통합방식의 다양한 수용이 확대돼야

개벽으로서의 한반도 통일문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시민' 혹은 '시민참여'와 관련된 문제이다.

한반도 통일이라는 물질의 개벽이 사람들의 마음공부와 적공(積功)이 쌓여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할 때, 사람들의 마음공부와 적공이 세상에 드러나는 본질이 바로 '시민'들의 '참여'이기 때문이다.

기본 적공이 되는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의 축적도 시민참여 없이는 공염불이 되고, 또한 남북의 국가주의(정확히는 '안보국가'의 폭력성)를 통제하는 힘도 시민참여 없이는 형성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통일의 기본틀이 되는 남북연합의 건설도 '시민참여형 통일과정'의 설계와 밀접한 연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남한의 시민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전반적인 통일의식은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로 인해 통합방식에서도 차이와 다양성의 수용 요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또 남한 시민사회의 발전은 과거 정부일변도의 남북관계와 질적으로 다른 다층적 관계로 남북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기업이나 비정부기구 등 남한 시민사회의 참여가 확대될수록 남북관계의 질적 차이가 확대되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발전에 따른 남북관계의 이런 변화는 때로 단속적이거나 일시적인 변화로 보이지만 변화의 축적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해가고 있다. 즉 시민참여는 남북관계에서 영속성이나 잠정성과 다른 '구성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로 인해 한반도식 통일과정은 남과 북,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중적인 '복합 정치공동체'의 형성 없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복합적 정치공동체의 상상력은 단일국민국가 아닌 '남북연합'과 같은 복합적 정체성의 추구에 의해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

따라서 남북연합은 형태적으로는 국가연합 수준의 '느슨한 통일'이지만, 그것은 남과 북, 시민사회가 다층적으로 결합되는 복합적 통일공동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자체가 시민참여의 발전과 함께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가는 '통일의 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복합적 정치공동체의 형성은 시민참여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북연합의 설계 자체도 정부간 협상만으로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남북연합이 통일의 최종형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완전통일' 신화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연합 자체가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적 개념임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참여형 남북연합'의 설계와 실현은 기능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이라는 한반도 개벽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며, 또 개벽을 향한 우리들의 적공과 공부의 목표지점이 되는 것이다.

시민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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