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감사로 사랑의 온도를 높이자

▲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주인공인 천지는 5개의 빨간 실타래 속에 용서의 메시지를 남겼다.
▲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데엔 세 마디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사람 속에서 살아가며 사람들 속에서 상처 받고 위로도 받는다. 우연찮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무관심으로 더 큰 아픔을 주기도 한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어른, 학생, 어린이라고해서 다르지 않다.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인해 이른바 '왕따(모두가 따돌림)'나 '은따(은근히 따돌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겪고 결국 자살에 이르는 중학생 천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죽음에 이르게 한 아픔 속에서도 용서를 남긴 영화 '우아한 거짓말'과 우리 사회를 포근하게 보듬는 감사와 사랑을 3가지 에피소드로 표현해 낸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통해 저물어 가는 한 해의 삶을 돌아보며 인연·은혜·상생·용서의 메시지를 교법과 함께 살펴보자.

사람, 상처, 용서 - 우아한 거짓말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은따'로 불리는 여중생 천지(김향기)가 주인공이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우울증을 겪는 천지를 같은 반 친구인 화연(김유정)과 미라(유연미)가 따돌린다. 화연은 천지를 위하는 척 하면서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고 친구들 앞에서 천지를 무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일삼는다. 천지와 잠시 친하게 지냈던 미라는 천지 엄마와 자신의 아빠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원망의 마음을 가져 천지에게 냉정한 말을 쏟아 붓는다.

천지에게는 가족인 엄마(김희애)와 언니인 만지(고아성)가 있지만 엄마는 바쁜 일상, 만지는 귀찮음으로 인해 아픔을 함께 나눠주지 못한다. 결국 천지는 자신이 직접 짠 빨간 목도리를 통해 용서를 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우아한 거짓말에는 칼이나 피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떤 영화보다 잔인함과 아픔이 느껴진다. 눈빛, 행동, 말 한마디로 상처받는 천지의 이야기가 흡사 현대사회 인간관계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천지는 죽기 전 취미삼아 했던 뜨개질의 빨간 실타래 5개 속에 메시지를 남긴다. 평소에 천지에게 무관심했던 언니 만지는 유서 한 장 없이 떠나간 천지를 그리워하다 엄마와 자신에게 남긴 두 개의 실타래 속 메시지를 발견하고 나머지 3개의 실타래를 찾아 나선다. 천지를 가장 심하게 괴롭혔던 화연은 왕따가 되어, 큰 상처를 줬던 미라 역시 눈물로 후회를 하며 천지가 남긴 실타래 속 '용서'의 메시지를 받는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으니, 사람이니까 용서도 해줄 수 있다'고 천지가 남긴 용서의 메시지는 아프지만 찬란하게 느껴진다.
비록 주인공은 세상을 떠났지만, 용서란 무엇인지에 대한 진한 여운을 남긴 영화다.

소태산 대종사가 이야기 한 "남의 잘못을 용서하면 낙원을 얻을 것이다"고 한 것처럼…(〈대종경선외록〉요언법훈장34).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세 마디 -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가까워서 꺼내기 힘들었던 뜨거운 고백 '미안해', 너를 볼 때마다 숨겨야 했던 말 '사랑해', 한 번도 진실되게 전하지 못한 말 '고마워'.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각양각색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가장 빛나는 고백의 순간을 그린 영화다.

왕년의 복싱 챔피언 친구 강칠(김영철)과 종구(이계인)는 친한 친구이자 적대 적수의 라이벌이었다. 오해와 해묵은 감정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만 남은 이들은 40년 만에 죽음의 문턱을 앞두고 병원에서 재회한다. 서로에 대한 분노, 질투, 시기, 안타까움, 애틋함 등 두 남자가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감정들은 복싱 경기를 통해 관계의 전환을 맞이하고 40년간 비밀로 지켜왔던 강칠이 잘못을 종구에게 털어 놓으며 용서를 한다.

'사랑해'는 까칠하고 도도한 배우 서정(성유리)과 10년간 그녀를 짝사랑 해온 매니저 태영(김성균)의 풋풋하면서도 애틋한 로맨스다. 영화 속에서 자신의 배우인 서정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열혈 매니저 태영은 10년 동안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까칠하고 도도한 성격의 서정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위암을 선고받는다. 병을 숨기고 서정을 유명한 기획사에 보낸 태영은 결국 죽기 전 서정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오롯이 서정만을 위해 살아왔던 생을 눈물로 마감한다.

'고마워'는 형사 명환(지진희)과 백혈병을 앓으며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범인의 딸 은유(곽지혜)의 이야기다. 범인을 쫓는 데만 집중해 가족에게 소홀했던 명환은 부인과 딸마저 잃는다. 딸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명환은 범인의 딸인 은유를 찾아가 아빠인 척 행세를 한다.

명환이 아빠라고 믿는 은유는 천사처럼 명환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줬고, 명환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 결국 은유는 수술을 받고 명환은 은유 수술실 앞에서 죽은 딸의 영혼과 마주하며 무심했던 자신에 대한 미안함을 눈물로 호소한다.

세상에는 '좋은 인연'과 '낮은 인연'이 있다고 한다. 좋은 인연이란 내 앞길을 열어주고 향상심을 주는 인연을 말하고, 낮은 인연이란 내 앞길을 막고 타락심을 조장하는 인연이라고 정산종사는 말한다.

복싱 챔피언 강칠과 종구가 40년 동안 증오와 미움으로 낮은 인연으로 지내다가 "미안해" 한마디로 좋은 인연으로 거듭나게 된 이야기, 자신의 병을 숨기고 짝사랑하는 서정의 앞길을 위해 유명 기획사로 보낸 매니저 태영의 "사랑해", 딸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의 딸에게 접근했지만 천진한 은유의 "고마워" 한 마디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형사 명환 이야기에는 모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존재한다. 바로 좋은 인연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다뤘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크고 작은 오해와 미움, 다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를 치유하고 좋은 감정으로 바꾸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해묵은 감정이 오래된다면 점점 낮은 인연으로 변해갈 것이고, 영화처럼 우연한 기회 또는 스스로 노력에 의해 좋은 인연으로 바꿔갈 수도 있다.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우리가 생각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낮은 인연을 더 좋은 인연으로 변화시켜가는 마법의 언어임은 틀림없다. 추워지는 겨울, 우리 다같이 마법의 언어로 따뜻한 연말이 되게 하자.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에서 사람들은 우리의 삶과 이 시대의 단면을 읽는다. 연말이면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12월 영화 속에 담긴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자. 1주 이웃과 가족, 2주 부조리한 사회, 3주 예측불가능한 미래사회, 4회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과 죽음을 교법을 통해 비춰본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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