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2월이다. 마지막 가는 한 달만이라도 좀 차분해졌으면 싶건만, 서울거리는 좀처럼 조용해지지가 않을 모양이다. 여의도 쪽도 그렇고, 시청 앞 광장이나 광화문 네거리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서울거리는 소란스럽다. 계절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소위 나라를 위한다는 사람들 때문이다. 저마다 화합을 외치면서도 서로 나뉘고 갈려서 쟁투를 일삼는 사람들… 조금만 생각을 돌리면 그럴 일이 없을 것이건만, 그들은 좀처럼 가까이 다가갈 요량들이 없어 보인다.
얼마 전, 국가장을 치른 전 대통령도 마지막 떠나는 길에서까지 그렇게 '화합과 통합'을 당부했건만, 갑이나 을이나 그들의 귀는 오불관언(吾不關焉) 들을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오히려 서로를 경계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만을 위해 더 열심히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독전(督戰)쯤으로만 들리는 모양이다. 과연 언제쯤이나 우리의 서울거리에는 진정한 의인들의 거리가 될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사회에는 믿고 따를만 한 지도자를 찾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또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그 어떤 비전이나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혹자들은 나라의 혼과 기강이 실종 됐다고 걱정을 한다. 이제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만 없다고 한다. 국민들이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아침 이슬처럼 맑고 깨끗한 영혼만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 스스로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올바른 지도자를 내세우고 또 일을 잘 하도록 감시하고 또 협조함으로써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며칠 후면, 우리는 새로운 교단100년을 맞는다. 소태산 대종사가 광겁종성(曠劫種聖)으로 이 땅에 오시어 인류의 정신개벽을 외치고 새 회상을 연지 100년! 우리는 바야흐로, '한국의 원불교'에서 전 '세계 인류의 원불교'를 향해 자랑스러운 새 역사의 문을 연다.
그간 원불교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장과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의 이상과 포부가 큰 만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다. 이제 원불교는 한국과 세계인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보다 크게 멀리 내다보고 누구나 믿고 따를 수 있는 비전과 희망을 제시해줘야 한다.
지금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고도의 과학과 물질문명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엄청난 윤리의 파괴와 재앙 속에서, 그리고 또 저마다의 주의주장만을 앞세운 갈등과 대립 속에서 인류는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힘든 격랑을 맞고 있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일원의 횃불을 높이 들어 모두가 함께하는 일원대도의 새 회상을 펼쳐나가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원불교100년의 새 시대를 만천하에 선포하려 한다. 특히 오는 5월, 상암월드컵운동장에서의 대합창은 그야말로 새로운 우리의 이상과 포부를 온 인류에게 보여주는 절체절명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전 세계 인류를 향하여 하나의 일원세계 건설을 위한 희망의 횃불, 일원의 혼을 드높이려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역사 앞에서 명실공히 거교적인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한마디로 '화합과 단결'이다. 총화가 곧 성공의 요체다.
우리는 개교 반백년기념대회를 마친 후의 교역자총회 결의문(9개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의문은 무엇보다 먼저, '실력을 본위로 하는 교단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불요불급한 형식과 외화를 앞세우는 일을 지양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시대에 걸맞는 법치와 교정, 교화역량을 키워나가자고 한다. 실로, 교단 100년성업을 앞두고 우리 모두가 주의 깊게 경청하고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교단100년성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마지막 세심한 점검과 함께 교단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이제 남은 것은 혈심혈성 뿐이다. 지공무사 무아봉공의 정신으로, 오는 5월, 상암벌에 드리울 일원대도의 포부를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우리 모두가 하나로 인류의 대합창 대행진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원불교를 넘어서, '전 세계 인류의 원불교'를 위해서 말이다.
분당교당
김성규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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