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36

바쁘게 달려왔던 한 해가 이제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훈련원 대법당을 신축하고 이제야 강릉시로부터 건축물 사용 승인 허가가 떨어지고 나니 일이 모두 마무리 된 것 같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바쁠 때에는 오히려 마음을 늦추지 않고 저절로 계획생활을 하기가 쉬웠지만 이젠 바쁜 일상이 끝났을 때는 더욱 더 마음을 추어잡지 않으면 안된다. 하루 중에도 동하고 정할 때가 있고, 일년 중에도 동하고 정할 때가 있고, 사람의 일생에도 동할 때가 있고 정할 때가 있는 법이다.

우리 공부는 동정일여의 무시선법이다.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역경일 때나 순경일 때나 항상 평상심을 가질 수 있는 공부법을 가르쳐 준 것이 얼마나 다행하고 크나큰 선물인가. 만약 이런 공부법을 알지 못했다면 마음을 잡지 못하고 순경과 역경에 휩쓸리고, 바쁘고 한가할 때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고 그때 그때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렸다면 얼마나 객기심이나 허망에 사로잡혔을 것인가. 생각하면 아찔하다.

일년의 농사를 지어 여러 사람들과 나눔의 행복도 갖고 추운 겨울을 걱정없이 풍족하게 보낼 수 있듯이 나의 마음땅을 잘 가꾸어서 순간순간 그리고 일년을 일생을 나아가서 영생을 좋은 종자를 뿌리고 걷기를 거듭해야만 복과 혜가 충족할 것이다.

요즘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날이 쌀쌀해졌다. 차가운 기운에 몸을 맡기면 왠지 살아 숨 쉬는 자신이 더욱 성성하게 느껴진다. 그저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경이로움과 감사심이 생긴다. 그러다가도 때때로 사람들과 만나고 기운이 가라앉을 때는 사심 잡념 이기심 등이 순식간에 따라 붙는다.

번뇌객진은 한 찰나라도 방심하면 뚫고 들어오려고 대기 중이다. 그러한 것들이 나의 마음땅을 점령했을 때는 벌써 나의 존재는 나와 함께하는 다른 이들에게 해로운 존재로 바뀌어 버린다. 누구나 근본적으로 악한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평소에 선인이라는 말을 듣는다 할지라도 사악한 기운에 마음을 빼앗겼을때는 어찌할 수 없이 악역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심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저절로 도심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길을 들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려면 틈을 주지 않고 마음땅을 가꾸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좌선할 때 좌선하고 염불할 때 염불하여 마음을 모으고 불공할 때는 열심히 만나는 인연마다, 대하는 사물마다, 생각생각이 다 불공해야 하고 참회할 때 참회하여 안으로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마음을 저장하고 밖으로는 정신·육신·물질로 베푸는 삶이어야 한다.

우리에겐 일상수행의 요법이 있다. 한순간도 물샐 틈을 주지 않고 대조하고 또 대조하여 마음을 비우고 밝히고 바르게 길들여서 내가 처해 있는 곳에서 환영받고 유익을 줄 수 있는 삶과 공부의 연속이어야 한다.

<우인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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