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님이 건넨 감사생활 유무념
매일 20분씩 염불과 선, 경전공부
얼굴 밝아지고 주위인연 입교까지

▲ 유원경 교도
원기68년 정읍교당에서 입교해 7년 전 화해교당 교도가 됐다. 나는 4년 전, 갑자기 쓰러져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걷기도 힘들 만큼 많이 아팠지만,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교당에 다니면서 마음공부를 꾸준히 한다고 했지만 불같은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약속한 시간에 동생이 조금만 늦게 와도 눈을 부릅뜨고 "왜 이렇게 늦어?" 하면서 성질을 버럭 내면 동생들은 잔뜩 긴장해서 나를 무서워할 정도였다.

그런 내게 정읍교당에 다니는 동생이 유무념 공부를 권했다. 처음에는 "언니, 유무념 공부 좀 해봐"라고 하면 "너나 잘해, 나는 안 한다"하고 되받아치기 일쑤였다. 동생이 미운 것은 아니었지만 왜 그렇게 화가 나고 성질이 거칠었는지 생각해보니 시어머니에게 받은 시집살이를 제때 풀지 못했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늘 참고만 살던 나는 어느 날 개울에 빨래하러 갔는데 정신이 핑 돌아 바위에 앉으니 손바닥만 한 핏덩이가 쏟아졌다. 그 뒤로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자녀들도 다 분가하여 큰 집에 혼자 남아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

올해 정인신 교무님이 화해교당에 부임을 했다. 교무님은 일요예회 설교를 하면서 경산 종법사님의 신년법문 '지난일 거울삼아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희망차게' 하기 위해서는 감사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평·불만이 많고, 다른 사람 하는 일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미워하고 싫어하면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의 잘못은 잘 못 보면서 다른 사람의 잘못만 지적하다 보면 내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가 될 수 있겠는가. 그래,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교무님은 하루 20분씩 염불과 선을 하고 경전을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불단에 올라가 목탁 한번 쳐본 적 없는 내게 용기를 주었다. 기도시간에 불단에 올라가 목탁을 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텃밭 일을 하고 나면 피곤해서 잠이 오는데도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경전을 쉬지 않고 읽었다. 〈대산종사법어〉를 한번 읽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조금씩 이해가 되고 법문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잠이 너무 오는 날은 일단 자고 일어나 읽었다. 그렇게 빼먹지 않고 했더니 자신감이 생기고 기어들어가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집안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쇳소리가 났다.

자신감이 붙자 교당 100년성업기도에 가서 혼자 목탁 치며 독경을 했더니 교무님이 2층까지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나는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조용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교무님은 더 큰소리로 해도 된다고 했다. 참 신기했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지난날 잘못한 일들이 떠올라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하고 중얼거렸더니 기도하던 중 몇 차례 눈물이 쏟아져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으면 곧바로 교당으로 달려가 교무님에게 문답을 하면 교무님은 잘했다고 더 용기를 심어주었다. 실컷 울고 나면 마음도 가벼워지고 웃음도 나왔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고 말한다. 이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웃집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와서 싸움을 하면 돌멩이를 던져서 쫓아냈고 빨리 가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이제는 밥을 주면서 사랑을 나눈다. "나비야 왔니? 네 딸하고 잘 지내거라"라고 한다. 어느 날은 밭에서 일하다가 두꺼비가 나왔다. '너 참 예쁘다' 하고 눈을 마주치니 도망가는 게 아니라 내 옆으로 다가왔다. 감사하고 사랑하면 기운은 하나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어느 날은 밭에서 일을 하다가 크게 넘어져 들고 있던 그릇이 박살이 났는데, 몸은 다치지 않았다.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노래를 불렀다. 감사생활을 해보니 온몸과 마음에 감사함으로 가득차서 감사하지 않는 일이 없다.

동생도 시어머니도 달라진 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때는 이때다 생각하고 이 좋은 법과 인연을 맺어주기 위해 시어머니와 동생을 입교시키고 동생이 일을 안 나가는 날은 함께 교당에 다니고 있다.

유무념 공부는 나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아 경계마다 대조하게 했다. 그랬더니 급한 성격에 툭 하고 던지던 말도 금방 알아차리고 돌아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습관을 고치게 됐다.

습관 하나 고치는 것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무념 공부를 알았고 감사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화해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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