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가 고르지 못하다. 연일 비가 내렸다 눈이 내렸다 궂은 날이 계속된다. 햇빛을 보기가 너무나 어렵고 귀하다. 태양광 발전이 무색한 요즘이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 에너지인데, 태양이 구름에 가려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니 설비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가뭄으로 많은 걱정을 했는데, 연일 내리는 비와 눈으로 큰 걱정은 덜은 것 같다. 아직도 댐이나 저수지의 수위는 좀처럼 차지 않지만 점차 좋아지리라 본다. 가뭄걱정을 덜게 되니,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감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전북 봉동, 경북 상주, 충북 영동지역 등 곶감 생산을 하는 산골 농가는 지금 한숨만 쉬고 있다. 깍아서 말리던 곶감이 햇빛을 못봐서 썩거나 곰팡이가 피고 바닥에 떨어져 폐농을 한 것이다. 곶감은 농산물 가공품이라 피해 보상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현행법에 의해 보상받을 길도 없어 영세 농민들의 시름이 깊을대로 깊다.

인생이 무엇인가, 수 없는 사람들이 고뇌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상위 5%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부를 독점하는 현실에서 서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임대하여 음식점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비싼 임대료 때문에 남는 장사가 아니다. 자본이 자본을 독점하는 자본주의 구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월세를 사는 서민들은 이 추운 겨울에도 이삿짐을 옮겨야 하는 돈없는 설움과 곤욕을 치루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비난 받아야 할 일은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치는 집값 올리기 정책이다.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집값이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폭락하게 된다면, 그 후폭풍은 은행권과 나라 전체를 흔들고도 남을 것이다.

오늘도 인생살이가 벅차서 한강다리를 홀로 서성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오늘도 이나라 국회는 여야간 반목과 정권을 둘러싼 정쟁만 계속하고 있다.

인생이 무엇인가. 지금 이순간도 생을 마감하는 죽음에 직면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고의 울음과 함께 생을 막 시작하는 신생아가 있다. 생로병사의 수레바퀴는 오늘도 쉬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인생의 흥망성쇠, 길흉화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 같이 행복하게 잘사는 길은 없는 것인가. 영원히 잘 사는 법은 불가능한 것인가. 변화무상한 인생사에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는다.

추운 세모가 다가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더욱 불행을 느끼는 시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이웃돕기 성금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 가진 자들이여,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 가진 부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엄숙한 진리 앞에 제발 겸손하길 바란다. 없는 자, 어려운 자에게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지자(智者)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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