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많은 이에게 희망 심어준 마음의 버팀목
관리 부실한 성지 및 문화재 아쉬움 불러와
고유 민족종교로서 원불교만의 문화재 만들어 나가야

▲ 전창기 교도
나는 원기100년을 돌아보며 그 지난한 우리나라의 암흑기 속에서 한 송이 들꽃으로 피어나 우리나라의 들녘에 향기를 가득 채운 무성한 꽃밭을 상상해 본다.

모든 신흥종교가 그랬듯이 원불교도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헐벗어 있던 많은 이들의 가슴에 벅찬 희망을 심어주었던 민족종교로, 생활종교로서 참다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버팀목으로 오늘까지 우리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이리교당에서 2015년 9월에 떠났던 성지순례에 함께 참가하여 처음으로 영산성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잔디위에서 법회를 마치고 원불교 최초의 교당인 영산원을 돌아보았다. 영산원은 원불교 성보 제3호로 지정된 원불교 최초의 교당인데 소박한 초당에 그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집기 등을 꾸며놓았지만 홀로 먼지를 쓴 채 방치되어 있어 어느 민속마을의 한 부분과 다를 바가 없어 실망감이 앞섰다.

아마 외따로 떨어져 있어 운영하고 있는분들이 적은 인원으로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성지로서의 경외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앞으로의 원불교를 생각하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나는 불교가 이렇게까지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이어오고 있는 그 바탕에는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의 삼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불보는 오랜 역사와 시간의 기록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 문화재라는 인식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이 어릴 때부터 책을 보면서 교육으로 정신 속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영향은 가톨릭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자리하고 있다. 거대하고 웅장한 세계 여러 나라의 성당을 보면 종교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그 문화 안에 그대로 나를 던지게 되어 스스로 그 역사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요즘 천주교 성지에서는 그래서 특별한 건축양식으로 건물들을 짓고 있는데 익산중앙총부에서 가까운 여산 천호성지만 보더라도 다면체 구조로 된 독특하고 특별한 성당이 들어서 있다.

나는 원불교 교당 가운데 지금까지 특별하고 독창적인 교당은 보지 못했다. 좁은 건물에 많은 기능과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려다 보니까 주변과 별반 다를바 없는 시멘트 건물로 자리하고 있는데 하물며 원불교 중앙총부 입구조차도 내가 스스로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수 없으니 교도가 아니면 그 누가 원불교를 스스로 찾아가려 하겠는가 싶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이 앞으로 100년 후의 원불교 모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법회에 참가하고 있는 교도들을 보면 대부분 연세가 많은 사람들이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민족의 종교로 원불교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문화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교당 신축에도 우리 민족의식이 담긴 특별한 건축미를 가미한다든가, 경종에 당좌를 조각하여 예술적 조형미를 갖춘 경종을 만든다든가, 일원상 팬던트 같은 것을 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원불교 문화에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친근감과 문화를 겸비한 작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뛰어난 작품성을 갖춘 예술품들은 100년 후에는 원불교를 상징하는 문화재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반인들도 친근하게 원불교에 스스럼없이 접근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리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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