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 이웃을 돌아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카트''극비수사'

▲ '카트'는 하루아침에 일터와 가족이 잃고, 생명이 위협받게 된 비정규직의 삶을 담았다.

최근 몇 년 새에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영화들이 앞 다퉈 나오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거대한 자본·권력과 이기주의로 인해 약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가족이 해체되고, 공동체가 무너지는 아픔을 정치나 법률, 언론에 기대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겪게 되는 아픔은 내 이웃, 내 가족, 내 일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대중은 영화를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아 왔다.

소태산 대종사는 지금 세상은 전에 없던 문명한 시대임을 천명하며 "밖으로 문명의 도수가 한층 나아갈수록 안으로 병맥(病脈)의 근원이 깊어져서 이것을 이대로 놓아두다가는 장차 구하지 못할 위경에 빠지게 된다(〈대종경〉 교의품 34장)"고 말하며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을 내놓았다.

'돈'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사회 병폐는 결국 '공익심'과 '강자·약자 진화상의 요법'으로 나아가야 다시없는 문명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과연 그 문명사회의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다

2007년 '이랜드-홈에버 비정규직 및 정규직 노동자 대량 해고사태'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카트'는 돈과 명예를 좇는 사람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일터와 가족이 잃고, 생명이 위협받게 되는 상황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영화는 끊임없이 '당신은 지금 안전한가'라고 묻는다.

주인공 선희는 더마트에서 5년 동안 벌점 하나없이 성실하게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그녀는 수당도 없는 연장근무를 하며 그 모든 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고 회사가 잘 되면 자기도 잘 될 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일해 왔다. 그 결과 3개월 후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며칠 후, 선희는 휴대전화 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는다. 그날 선희 뿐 아니라 더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렇게 버려졌다.

그날 이후 선희는 성실한 계약직 근무자가 아니라 부당한 해고와 탄압에 맞서 싸우는 노조의 대표로 뛰어들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뜨게 된 선희를 통해 영화는 '여러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우리사회 아픔을 드러낸다.

선희와 함께 노조에 앞장선 싱글맘 혜미, 20년차 청소원 순례여사, 순박한 아줌마 옥순, 대학 졸업 후 면접만 50번 보았다는 20대 아가씨 미진, 그리고 정규직이었지만 비정규직을 대변하다 해고된 동준까지 가세하며 언제든지 누군가의 현실이 될 수 있는 노동자의 삶을 그려낸다.

영화의 메시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성실히 살아온 선희가 노조 대표로 나서면서 대중 앞에 서서 한 말에 담겨 있다. 선희는 마트를 찾아온 고객을 향해 외친다. "저희가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외치는 저희를 좀 봐달라는 겁니다.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저희가 바라는 건 사람 대접 받는 거 하나입니다."

이 외침은 이 시대 노동자의 삶을 외면한 사회와 언론을 향한 일침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계산대에 서서 일하면서 고객의 불만에도 꿋꿋하게 참아내야 했던 더마트 비정규직 직원들은 휴식이라 해봤자 보일러실 옆 좁은 공간에서 무릎을 펴고 음료수 한 잔 마시는 것 정도다. 더운 여름에도 선풍기 2대로 버텨야 하는 이들.

그럼에도 가정을 위해, 자신의 일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버텼고 부당해고에 싸워야 했다. 반찬값을 벌기 위해 일터에 나온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카트를 끌어야 했던 이들의 싸움은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는 또 어딘가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이며, 말없이 참아내고 있는 내 이웃의 이야기가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나아가 이 영화에서는 선희가 겪은 사회의 부당한 대우들이 가까이는 그 아들인 태영이에게도 대물림되는 현실을 보고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 세상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고 했다. 때문에 "강자가 강자 노릇을 할 때에 어찌하면 이 강이 영원한 강이 되고 어찌하면 이 강이 변하여 약이 되는 것인지 생각 없이 다만 자리타해에만 그치고 보면 아무리 강자라도 약자가 되고 만다"고 했다. 나눌 줄 모르는 자가 어찌 대중의 환호를 받을 수 있겠는가. 이 세상은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덩치임을 잊지 말자.


▲ 생명과 소신을 끝까지 지켜낸 극비수사.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자

'극비수사'는 1978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아이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생명'과 '소신'을 끝까지 지켜낸 두 주인공의 삶과 자신의 이욕과 방편으로 남의 공을 가로채는 주변 인물들과의 대립을 통해 진실이란 숨길 수 없는 인과임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유괴된 아이(은주)의 생명을 수사의 최우선으로 삼고 극비수사를 펼치는 공길용 형사와 도사 김중산의 가장 큰 장애물은 진급을 위해 범인 잡는 데에만 혈안이 된 서울·부산지검 수사팀과 사회적 명성에 빠져 아이의 생사를 속단한 김 도사의 스승이었다.

그 절정은 영화 중반, 은주 이모가 범인이 요구한 돈을 가지고 약속한 장소에 나갔지만 경찰이 포진돼 있음을 알아채버린 범인이 도주했을 때 드러난다. 공 형사는 그 자리에서 범인을 잡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팀워크를 깬 수사반 동료들의 배신과 아이의 생명이 위협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범인을 놓아준다. 그 잘못은 고스란히 공 형사에게 덧씌워진다.

공 형사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 순간 은주의 엄마는 "공 형사님 아들이 우리 은주 친구지예? 김 도사님하고 서울 가서 우리 은주 집에 데려다 주세요"라는 말을 던진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는 돈과 권력이 아니라 내 이웃을 내 가족 같이 생각하는 마음,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소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결국 두 주인공의 희생과 노력으로 은주는 살아서 돌아온다. 하지만 극비수사로 펼쳐진 탓에 그 대가는 조직 전체에 돌아가고 공 형사는 그 공을 치하 받지 못한다. 상사는 그를 "자네만 입 다물면 좋게 넘어가지 않겠는가"라며 잘못된 관행을 은폐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 가로채기를 보여준다. 이는 김 도사에게도 마찬가지. 그의 스승이 언론을 통해 자신이 먼저 아이의 생존을 예견했다고 말해 화제를 모은다.

물론 영화 마지막에는 은주 어머니로 인해 공 형사와 김 도사의 공은 드러나게 되고, 영화는 진실은 숨길 수 없음을 관객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선은 들추어낼수록 그 공덕이 작아지고 악은 숨겨둘수록 그 뿌리가 깊어진다"고 했다. 그러니 한때 선을 베풀었다고 하여 어찌 자만하며 잘못을 짓고서 어찌 떳떳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지난해 4월16일 이전과 이후의 우리사회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날, 우리사회에 만연한 관료주의, 이기주의, 안전불감증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결과는 안타까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채 아직도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은 진실이며, 생명에 대한 존엄과 가치다. 더 많은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 희생자가 내 이웃이고, 우리 가족이고, 나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진실을 인양해야 할 것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에서 사람들은 우리의 삶과 이 시대의 단면을 읽는다. 연말이면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12월 영화 속에 담긴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자. 1주 이웃과 가족, 2주 부조리한 사회, 3주 예측불가능한 미래사회, 4회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과 죽음을 교법을 통해 비춰본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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