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마음일기를 꼭 기재하리라고 마음먹고 유무념을 시작했다. 바쁜 현장 살다보니 정작 마음에 소홀해지는 듯해 꼭 지키겠다고 작정했었다. 매일 5가지씩 마음을 발견해 기재해 나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슬럼프에 빠져서 한 가지만이라도 기재하면서 겨우 날짜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의 약속은 지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에게 마음편지 문자를 받았다. 여기에는 용타원 서대인 선진이 생전에 대종사 법문을 후진들에게 들려준 말씀이 실려 있었다. "너희들은 어찌 그렇게 공부에 정성이 없냐? 가만히 눈동자를 보면 모두가 건성이다. 염불을 해도 좌선을 해도 졸고만 앉아있고, 너희가 언제 성불 헐래."

대종사가 16년간 구도일념으로 정진하실 때 간난한 환경 속에서도 사력을 다해 정진하셨던 심경이 그대로 느껴지는 경책이다. 이러한 경책이 마치 나에게 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공부한다고는 했지만 염불·좌선할 때 조는 것처럼 건성으로 한 날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이란 말이 있다. 호랑이가 먹잇감에 주시(注視)하는 것과 같이 목표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곧바로 달려들지 않고 소처럼 신중하고 우직하게 끝까지 걸어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기가 쉽지 않다. 매일 정성을 들이지만 어느새 일상성에 떨어져 버리기 쉽고, 연말연초에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지로 달려가지만 곧 사그라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증발해버리기도 쉽다. 공부나 일이나 모두 원리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출가위 이상에 오른 도인들도 마음에 욕심이 나나이까?"라는 제자의 질문에, 대종사는 "저 땅에 풀이 나는 것과 같나니 농사 잘 짓는 농부는 언제나 부지런히 좋은 곡식 싹은 남겨 놓고 못쓸 풀은 뽑아내는 것이다. 세세생생 마음공부도 이러하면 곧 불퇴전인 것이다"고 답했다. 우리 범부들과 출가위의 차이가 특별한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정성심에서 겉과 속이 얼마나 한결 같은지, 또 공부심이 얼마나 민첩하며 세밀한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세월따라 변하는 것이 있고, 노력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알아서 변하는 것은 몸이요, 좀처럼 변하기 어려운 것은 마음이다. 세월따라 몸은 병들고 늙어가지만, 마음은 대종사가 경책한 것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늘 제자리일 것이다.

어느새 원기100년이 저물어간다. 곧 있으면 맞이할 역사적인 원불교 2세기에 앞서서 나는 대종사님 경책을 한 번 더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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