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이 없는 지선공부, 상대가 없는 절대공부

▲ 이성택 원로교무
佛이 告須菩提하사대 於意云何오 如來- 昔在燃燈佛所하야 於法에 有所得不아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如來- 在燃燈佛所하사 於法에 實無所得이니이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가 옛적에 연등불 처소에 있어 법에 얻은 바가 있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연등불 처소에 계시사 법에 실로 얻은 바가 없나이다."

여기에서 연등불이 나오는데 이 부처님은 과거세의 부처로서 수기(授記, 부처가 수행자에게 미래 깨달음에 대하여 미리 지시하는 예언과 약속) 사상과 관련이 깊다.

석가모니 부처는 전생에 '스메다'라는 수행자였다. 하루는 당대의 부처님이었던 연등불이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그곳을 갔다. 그런데 그 길이 고치고 있는 중이어서 아주 질펀하고 물이 고여 있었다. 이 때 스메다가 그 곳에 몸을 뉘여 연등 부처님이 몸을 밟고 지나가도록 했다. 그때 연등부처가 "그대는 후에 샤캬족의 성자가 되리라" 하였다 한다.

이러한 수기를 받았으나 마음에 수기를 받았다는 상(相)이 없다는 것이다.

須菩提야 於意云何오 菩薩이 莊嚴佛土不아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何以故오 莊嚴佛土者는 卽非莊嚴일새 是名莊嚴이니이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냐 보살이 불토를 장엄 하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한 연고인가 하오면 불토를 장엄한다는 것은 곧 장엄이 아닐새 이것을 장엄이라 이름 하나이다"

육조대사는 장엄을 세 가지로 풀었다. 첫째 장엄은 세간불토(世間佛土)이니 절과 교당을 짓고 경전을 편찬하는 것이다. 도량을 청소하고 잘 정리 정돈을 하는 것도 장엄이다.

둘째 장엄은 신불토(身佛土)로서 몸을 단장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장엄은 심불토(心佛土)로서 마음 밭을 장엄하는 것으로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며 장엄 중에서 최고의 장엄이다. 장엄은 꼭 필요한 것이나 장엄에 집착하지 않는 장엄을 말하는 것이다.

是故로 須菩提야 諸菩薩摩訶薩이 應如是生淸淨心이니 不應住色生心하며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이요 應無所住하야 而生其心이니라
이런고로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땅히 이와 같이 청정한 마음을 낼지니, 마땅히 색에 주하여 마음을 내지도 말며, 마땅히 소리와 냄새와 맛과 부딪침과 법에 주하여 마음을 내지 말고, 응하여도 주한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

여기에서는 장엄을 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육경(六境)에 주(住)하지 않고 그 마음을 내는 것'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은 육조 스님이 견성한 문구다. 이 뜻은 진공에 바탕해서 마음을 내라는 것으로 〈정전〉 수행편 무시선법에서 진공(응무소주)으로 체를 삼고 묘유(이생기심)로 용을 삼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정전〉 상시훈련법 상시응용주의상항 1조 '온전한 생각으로(응무소주) 취사(이생기심)'가 있다. 진공이 되지 못하면 우리는 관념에 끌려 살게 된다. 관념은 자기도 모르게 형성된 마음의 집착이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육근을 작용을 하는 것이다. 작용을 하되 관념으로부터 해방된 진공의 마음에 바탕하여 육근을 움직이는 것이 최고의 장엄이 되는 것이다.

須菩提야 譬如有人이 身如須彌山王하면 於意云何오 是身이 爲大不아
수보리야 비유컨대 어떤 사람의 몸이 수미산왕과 같다 하면, 네 뜻에 어떠하냐 이 몸이 크다 하겠느냐?

수미산은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우주 중심에 있는 거대한 상상의 산으로 'Sumeru' 혹은 'Meru'라 하고 '묘고산(妙高山)'이라 한다. 여기에 '수미산왕'이라고 했는데 두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산중의 산이란 뜻이고 다른 하나는 생명체로서 존중해주는 의미가 있다.

須菩提- 言하사대 甚大니이다 世尊이시여 何以故오 佛說非身을 是名大身이니이다
수보리 말하되 "심히 크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한 연고인가 하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몸 아닌 것을 이 큰 몸이라 이름 하나이다."

시명대신(是名大身)이라는 뜻은 첫째 현실적인 몸의 크기를 말한다.

두 번째로는 법신의 몸의 크기 있다. 사람은 마음이 좁은 사람과 넓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법신의 몸의 자리에서는 누구나 똑 같다. 이 법신의 몸은 산하대지 우주만유와 하나가 되는 몸을 말한다.

세 번째는 대자대비의 품으로 잘하면 크게 기뻐하고 못하면 크게 슬퍼하는 마음을 말한다. 상대심이 녹아야 대자대비의 마음이 나오는 것이고 그 자리가 절대심이고 성품자리다.
깊고 큰 산에 수많은 동식물이 의지하고 살고 있듯이 대자대비 큰 품 법신의 몸을 체득해야 한다.

법신의 대신(大身)의 공부를 하려면 대산종사는 선악이 끊어지는 지선공부, 상대가 끊어지는 절대공부를 하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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