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중총궐기 2차 대회에 참석했다. 지난 1차 집회에서 안타까운 상황을 보았기에 이번에는 꼭 가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평화적 집회를 위해 종교인들이 기도를 올리고, 중간에서 평화의 꽃길이 되고 싶었다. 서울시청 광장으로 가는 길, 불안감이 올라왔다. 물대포 맞을지도 모르는데, 우비를 입었어야 하나? 시위대와 경찰이 진짜 충돌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이다.

갑작스런 기도식 연락에도 불구하고 정읍, 영광, 김제 등 전국에서 열 명의 교무들이 모였다. 교도, 〈원불교신문〉기자, 늘 미안함이 앞서는 원불교 인권위 교도들이 있었다. 바람은 매섭고, 여기저기 앰프 소리가 따가웠다. 그렇지만 내가 있을 곳이 여기라는 생각에 마음은 오히려 훈훈했고, 가슴은 벅찼다.

각 종교별로 기도식을 하고, 걷기명상으로 시청광장 주변을 걸었다. 더 많은 교무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일어났다. 평화를 위한 우리의 목소리에 주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겨났다. 빨간색, 흰색의 장대 깃발들, 울부짖고 고함치는 사람들, 그 거친 감정들 사이를 걸었다.

어느 순간 성난 투쟁의 구호, 외침들이 내게 말했다. '제발 우리를 바라봐 주세요. 우리들의 얘기에 귀기울여 주세요. 각자의 입장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고 싶어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구나. 바로 이 마음들이 막혀 있구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자. 소통해서 '없어선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맺어진 하나임을 알게 해주는 그것이 우리의 성직, 성스런 임무이다.

멀리서 응원해준 사람들, 법회와 명절대재로 바빴던 이들 모두 내 마음에서 하나가 됐다. 여기 집회 현장도 내가 있을 곳이고, 법회를 준비한 교당도 내가 있을 곳이다. 이곳은 맞고, 저기는 틀렸다가 아니다. 경찰이나 시위대 어느 한쪽만 맞다는 이분법은 갈등만 남길 뿐이다.

이런 치열한 현실에서 미리 정한 정답만을 주장하면 상대방과 상황을 놓치게 된다. 저마다 인생은 초행길이다. 서툰 길을 헤매며 간다. 남는 것은 '공부할 때가 돌아온 것을 잊지 않고' 챙기는 마음이다. 그래야 지금 이 순간 상대방과 상황을 알아차리게 된다. 2차 집회는 평화적으로 잘 마무리 됐다. 양측 모두 감사하다.

마음공부는 내 자신과 타자인 천지은·부모은·동포은·법률은 사은님에 대한 '감사해요. 고마워요'의 실천이다. 또한 지지고 볶으며 사는 우리네 인생살이를 공부거리 삼는 것이다. 경계를 따라 있어지는 다양한 마음들을 그때마다 세우고, 제거하고, 돌리는 실천이다.

2년간의 칼럼을 마치면서, 마음공부란 '!(느낌표)와 ?(물음표)이다'로 끝맺음을 하고 싶다. '아하! 대종사님은 이렇게 하라고 하셨구나! 대종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대종사님은 가슴에 벅찬 감동과 삶의 지혜가 환히 열리는 길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다. 요즘 그분이 참 보고 싶다.

과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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