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육의 희망, 교사의 인성과 마음실력이 대안
마음일기를 넘어 정기·상시훈련의 통합적 필요성 절감

 

 

▲ 부산방언회 공부인들이 황직평 원로교무와의 문답감정을 통해 1년간의 공부길을 점검받고 있다.
▲ 공부인들은 마음일기 기재를 통해 생활과 공부가 둘이 아닌 체험을 공유했다.

'공부할 때가 돌아온 것을 염두에 잊지 말라'
 

"경계를 당했다 생각 말고, 경계를 은혜로 대하라." 황직평 원로교무의 일기 감정에 공부인들의 정신이 번쩍 났다. 경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순간이다.

경남 함안 성학당 공부방에서는 17년간 마음공부방을 이어오고 있는 부산방언회원들과 전국에서 찾아온 45명의 공부인들이 법의 훈련으로 한 해를 결산했다. 이날 훈련에는 황 원로교무와 김경일 경남교구장이 함께해 회원들의 공부심을 진작시켰다.

구인선진 닮고 싶은 방언회
서면교당 정인성 교도의 노력으로 결성된 방언회는 마음공부에 관심 있는 부산지역 교사들과 일반회원들로 구성돼 매주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6개 공부방이 있으며, 장전동(구 부산전자공고, 단장 김수령), 중앙여고(단장 이해인), 양운고(단장 김종인), 금명여고(단장 이은전), 태봉고(단장 박영훈), 서면교당 자모공부방(단장 정인성)으로 60여 명의 회원들이 활발하게 공부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정인성 총단장은 "'방언회'라 명칭한 까닭은 구인선진이 대종사를 모시고 영산방언공사를 통해 영육쌍전, 이소성대, 무아봉공의 정신으로 회상을 창립한 것처럼 구인을 닮은 공부인이 되자는 취지였다"며 "회원들의 끊임없는 정진으로 문답감정이 가능한 5명의 단장이 배출됐다. 공부인 모두가 단장이 되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마음공부방을 개설하는 것이 염원이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번 정기훈련의 문열이는 '내가 나에게 주는 상'으로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스스로 칭찬과 위로의 상을 선물하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공부담을 요약한 상인지라 제목도 특별하다. '점점 멀어진 상, 천하 때쟁이 상, 지켜보고 들어준 상, 남편은 나의 거울 상, 부모님 보은 상, 법마상전 심공 상, 돈 밝혀 눈 벌개진 상, 발바닥 열난 상' 등 생활밀착형 수행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날 대중들은 방언회라 이름 붙여준 황 원로교무에게 '방언회 법선 태워주신 상'을 시상해 그간의 감사를 표했다.

황 원로교무는 여는 법문에서 "원불교에 입문한 재가 출가 모든 교도에게는 입교와 동시에 그날부터 여래의 불공법으로 적공하게 했다"며 "유무식,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물론하고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을 통해 보통급으로부터 여래위까지 기질변화로 생불·활불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하자"고 주문했다.

마음일기에서 11과목 통합훈련으로
방언회는 매주 공부방에 모여 마음공부에 전념한다. 각자 한 주 동안 기재한 마음일기를 바탕으로 지도인과 동지상호간 회화하며, 〈정전〉을 생활 속에서 활용한 생생한 사례담이 중심이 된다. 일기는 육아를 비롯 부모·형제·인연·사업 등 경계를 따라 있어지는 살아있는 마음의 세계를 대조하고 공부해간다.

특히 원불교 마음공부 방식인 '문답·감정·해오'는 타 단체에서 수행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스스로 점검하고 더불어 훈련하는 공부길이 매우 사실적이고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해인 단장은 "교사들은 대부분 비교도지만, 마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며 "일기공부만 가지고 용심법(用心法)의 실체에 다가설 수 없다. 〈정전〉을 공부하면 할수록 염불, 좌선, 강연, 회화 등 11과목 훈련을 골고루 수행해야 원만한 인격을 갖출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단장훈련과 정기훈련을 병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가톨릭 신자인 박현숙 교사는 "가지고 있는 주착심을 보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타인에게 시비하는 것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며 "마음공부에 입문하기 전에는 남 탓을 많이 했다. 이제 내 마음을 알게 되니 타인의 마음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자유로워 공부담을 전했다.

이어진 단계별 마음공부 시간은 기초반, 보통반, 심화반으로 나눠 진행됐다. 초급반을 지도한 김관진 교무는 "경계 따라 일어난 마음에는 과거·현재·미래가 다 담겨져 있다. 마음공부의 핵심은 바로 이 순간 내 심지를 정확히 보자는 것이다"며 일기 기재를 강조했다. 김 교무는 "공부를 하다보면 자기 생각에 속아 공부를 쉬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때마다 지도인과의 진솔한 문답과 11과목 정기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문답감정에서는 황 원로교무와 이형은 교무, 박영훈 원무가 즉문즉답 형식으로 공부인들이 가지고 있는 주착심을 대소유무(大小有無)로 풀어 문답했다.

교사들에게도 자녀문제는 영원한 화두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다양한 문답 결과가 나왔다. '자식에 대한 욕심과 주착심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라, 부모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자식은 위대한 스승이며 속을 뒤집는 자녀가 나를 크게 성장시킨다' 등 솔직한 해법들이 줄을 이었다.

또한 교사로서 무능력과 황폐해가는 교육환경을 피하고 싶은 자괴감 또한 큰 숙제로 소개됐다. 이에 대해 '나는 능력이 없다는 주착심을 놓자, 교사가 아프지 않고 초라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아이들의 한숨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라, 여기서 일어서고 여기서 공부한다' 등 신앙과 수행의 힘으로 일어설 것을 주문했다.

'법을 만나고, 스승을 만났기에 부처를 꿈꾼다'는 부산방언회. "여래 돼야지"하는 스승 말씀에 "예"하고 대답하는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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