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지구·자본 계급화된 미래, 그래도 희망 엔딩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이 영화의 과학적 상상력은 학구열이 높은 한국 관객들을 자극했다.
미래 영화의 단면

이번 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년 개봉)와 프랑스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감독의 영화인 업사이드 다운(Upside Down, 2012년 개봉)이다. 누적 관객수에서 인터스텔라는 1천만명이 넘는 관객이, 업사이드 다운은 불과 17만명이 본 영화로 대조적이다. 두 영화 모두 영화적 상상력이 풍부하다 못해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비주얼을 보여준다. "세상이 말세가 되고 험난한 때를 당하면 반드시 한 세상을 주장할 만한 법을 가진 구세성자(救世聖者)가 출현하여 능히 천지 기운을 돌려 그 세상을 바로잡고 그 인심을 골라 놓나니라(〈대종경〉 전망품 1장)"는 말씀처럼 두 영화의 주인공이 절망적인 세상을 구해 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한다.

인터스텔라, 우주과학의 만남

줄거리를 쉽게 정리하기 난해한 영화다.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5차원, 웜홀(wormhole), 상대성이론, 시간지연, 중력 방정식, 양자역학 등의 개념을 숙지해야 수월하다. 전 NASA 소속이었던 쿠퍼는 지구의 환경 변화로 인해 농부로 살아가고 있다. 흙먼지가 지독하게 불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지구가 변한 것이다. 결국 거의 모든 식물들은 죽어갔고, 식량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옥수수만이 인간의 유일한 먹거리로 남아 있는 상황.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NASA는 지구와 생존환경이 비슷한 행성을 찾는 '나사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플랜A는 인류가 살 수 있는 적당한 행성을 찾은 후 남아 있는 지구인들을 모두 그곳으로 이주시키는 것이고, 플랜B는 지구인들을 그곳으로 이주시킬 수 없을 때 인류의 유지를 위해 냉동 상태의 수정란만을 새 행성으로 옮겨 부활시키는 것이다.

쿠퍼는 가족뿐만 아니라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일행과 함께 우주로 떠난다. 딸 머피와 작별인사를 하려 할 때 자신의 방에 유령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유령이 책들을 밀어내고, 서재를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쿠퍼는 머피에게 자기 것과 똑같은 시계를 주며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고 이별한다.

웜홀(다른 은하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가장 빠른 통로)이 발견된 토성부근으로 항해 중인 인듀어런스호. 쿠퍼 일행은 작은 비행선을 통해 블랙홀 주변 밀러행성에 도착한다. 밀러행성은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으로 이곳 1시간이 지구에서는 7년의 시간이 된다. 중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시공간이 뒤틀려 시간이 지연된다는 상대성 이론이 영화에 적용됐다. 밀러행성에 도착하지만 식민행성으로 부적합하다는 걸 알게 된다. 다시 인듀어런스호에 도착했을 때는 23년이 지난 상태였다. 다른 행성인 만 행성에 도착한 쿠퍼 일행은 지구에서 우주비행사로 성장한 딸 머피를 통해 플랜A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에 오열한다.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NASA의 우주 이주 계획을 기획했던 브랜든 박사가 사망하면서 알게 됐다.

중력 방정식을 완전히 풀어내기 위해서는 '양자 데이터'가 필요한데 블랙홀 내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조개 속 진주'라는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블랙홀에 떨어진 쿠퍼. 큐브 모양의 겹겹이 쌓인 공간에 도착한 쿠퍼는 먼저 블랙홀로 떨어진 타스(인공지능 로봇)와 교신하면서 '양자 데이터'를 얻어 과거의 머피와 교감하게 된다. 인터스텔라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이 등장하는 데 그것은 '과거에 딸 머피가 말했던 책장의 유령이 바로, 5차원 세계에 있는 쿠퍼였던 것'. 쿠퍼는 "'그들'은 곧 우리야"라고 말한다. '양자 데이터'를 얻은 쿠퍼는 머피에게 준 시계 초침을 이용해 모스부호 방식으로 전송해줘 인류를 구원한다. 결론적으로 쿠퍼가 과거의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행성을 찾을 수 있도록 웜홀을 열고, 양자 데이터를 머피에게 전달해 5차원의 공간을 만들어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업사이드 다운, 계급사회를 보다

인터스텔라가 이야기의 전개와 구성이 다중적이 구조라면, 업사이드 다운은 매우 명쾌하고 간결하다 못해 단순하다. 이중 장력을 가지고 있는 두 행성이 서로 맞붙어 위 아래로 있다. 상부세계는 부유하고 첨단을 달리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하부세계는 주민들이 상부 세계인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부속물에 불과하다. 뚜렷하게 구분된 세계에서 계급적인 인간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설정 자체가 황당하지만 자본주의 현상을 영화적으로 그려냈다고 보여진다.

한편 두 행성 간 연결하는 권리는 '트랜스마이어'라는 상부세계의 거대 기업이 가지고 있다. 트랜스마이어는 하부세계에서 저렴하게 기름을 사와, 전기를 비싸게 다시 되 팔아 상부세계를 유지한다. 주인공 소년 아담은 하부세계에서 살다가 우연히 중력이 약한 산꼭대기에서 상부세계의 한 소녀(에덴)와 소통하며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소녀는 트랜스마이어 경비병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10년 이 지난 후 하부세계 연구자로 살아가고 있는 아담은 어느 날 트랜스마이어 채용 광고에서 에덴을 발견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에덴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트랜스마이어 직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중력크림을 개발하는 부서에 들어가 상부세계 상관과 조우한다. 상부세계 상관인 밥 보르코비치와 은밀한 거래를 시작하면서 아담은 상부세계로 향하는 통로를 통해 불법적으로 에덴을 만나러 갔지만 에덴은 과거의 그녀가 아니었다.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적으로 상부세계에 침입한 아담은 에덴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데 성공하지만 트랜스마이어 경비병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아담은 경비병들을 피해 하부세계로 뛰어내려 목숨만 건진다. 모든 것을 잃은 아담은 실의에 빠져 "난 순진했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언제나 승리한다. 우리는 언제나 패배한다. 아마도 난 원래의 삶과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운명인가보다. 난 이전처럼 살 것이다. 난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독백처럼 말하며 예전 하부세계 연구자로 돌아간다.

부유하게 사는 상부세계를 경험한 아담은 "저기 상부세계는 잘 산다는 게 정말이냐, 거긴 천국이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그들이 부자이긴 하지만 천국은 아니야"라는 의미있는 말로 계층사회를 설명했다. 마지막에서 아담과 에덴은 사랑의 힘으로 중력마저도 바꿔놓으며 상부와 하부세계가 만나게 하는 놀라운 기적을 선사한다.
▲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 획기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로 기억된다.
희망 엔딩, 소태산이 본 미래

두 영화의 공통점은 암울한 미래에서 시작해 끝은 희망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지구나 다른 행성들이 모두 인간이 살기 힘든 곳이지만 그래도 살만 한 곳이 지금 살고 있는 곳임을 전해준다. 소태산 대종사는 앞으로 세상은 낮도깨비는 사라지고, 인도 정의의 요긴한 법만이 세상에 서는 대명천지(大明天地)가 된다고 했다. 또 미륵불의 출세와 용화회상이 건설돼 법신불의 진리가 크게 드러날 것이다고 전망했고, 큰 도덕세계 참 문명세계를 설파했다.

두 영화와 대종사가 전망한 내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가까운 미래도 아닌 상당히 먼 미래를 상상력으로 그려 낸 영화에 대비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영화는 구체적인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대종사의 미래 전망은 인류에 대한 희망과 방향을 제시해서다. 하지만 두 영화의 메시지나 교훈은 대종사의 전망과 다르지 않다. 영화가 주는 교훈처럼, 대종사의 말씀처럼 미래를 맞이하는 인류는 다른 곳에서 생존지를 찾기보다 지구를 더 아름다고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던져준 것이다. 영화가 그린 미래가 역설(逆說)로 우리에게 질문을 건네며 인류가 생명, 환경, 평등 등에 답하라고 보챈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에서 사람들은 우리의 삶과 이 시대의 단면을 읽는다. 연말이면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12월 영화 속에 담긴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자. 1주 이웃과 가족, 2주 부조리한 사회, 3주 예측불가능한 미래사회, 4회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과 죽음을 교법을 통해 비춰본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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