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바로 세워야 사회가 바로서
자녀교육, 부모 솔선수범 시작
교육 방법과 관점 새로 세워야

내년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 1~2학년생들은 한 학기를 지정하여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진로탐색 활동과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한 학기를 보내는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시험을 보지 않고도 교육수준과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보면서 부러워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유럽의 성공한 사례를 도입한다고 하니 부작용보다는 선순환이 되어 우리의 교육제도가 개선이 되는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핀란드처럼 시험과 체벌을 없애고, 아이들에게 배움을 강요하지도 않고, 시험도 선다형이 아닌 서술형으로 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허용도 하지 않겠지만 설령 이런 기회가 온다 해도 나는 반대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와 그들의 사회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선진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아빠들이 집에 늦게 들어오지 않는다. 일찍 집에 들어와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고 생활을 공유한다. 독서가 의무가 아닌 생활인 것이다. 부모와 함께 하는 책읽기는 아이들에게 일생 동안의 공부 자산인 '독서습관'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수시로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한다. 여행 속에서 다른 지역, 사람, 자연을 만나며 자유와 질서를 배워 나간다. 이렇게 살아있는 부모교육이 실현되는 나라와 휴일이나 방학에도 이벤트처럼 가족 여행이 행해지는 우리와는 근본이 다른 것 같다. 아이들이 부모의 보호와 사랑을 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유아기부터 학교에 다니는 전 기간에 걸쳐 우리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거나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무나 업무 이외의 일 등으로 집 바깥에서 소중한 시간을 소모한다. 우리의 사고와 습관이 바뀌지 않고는 좋은 제도도 무의미하다고 본다.

우리는 지난날 중·고등학교까지 6년을 공부하고도 여행가서 몇 마디 영어조차 입에서 나오지 않는 교육을 받았다. 시험을 위한 문법 위주의 죽은 공부에 중점을 두고 정작 생활에 필요한 영어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음악교육도 마찬가지로 초·중·고를 거치면서 오랜 시간 음악교육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시창이나 음의 높낮이를 인식하는 청음능력은 떨어진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독일, 프랑스, 영국의 학교 앞에는 사설음악학원이 제대로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청음과 시창능력은 보편적으로 갖춰져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음악의 기초를 다지고, 지역의 공공센터에서 체계적인 수업을 받아 학교와 생활 전반에서 음악을 즐기며 살아간다. 즐기며 자발적으로 배우는 교육과정은 시수가 많아도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억지로 배우는 교육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도 이제 교육을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공부는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삶의 연습과 행복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하며, 학교란 공부하는 방법을 도와주는 곳이며 진정한 배움은 가정과 사회에서 함께 이루어가는 복지의 연장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성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영역은 가정이고 원만한 가족관계는 행복의 시작이므로 가정을 바로 세워야 사회와 교육이 바로 설 것이다. 이를 위해 자녀들에게 교육을 시키기 전에 부모들의 자각과 솔선수범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더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선수범은 교화의 원리이자 핵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복지로서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교단의 가족치유프로그램인 '행복한 가족캠프'에 동참하길 권한다. 원불교 상담연구회와 둥근마음 상담연구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대종사는 수행품 23장에서 사람이 만일 참된 정신을 가지고 본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도 경전 아님이 없다고 했다. 세상은 일과 이치를 그대로 펴놓은 경전이므로 부모의 살아있는 교육과 사회적 인식변화 등이 교육환경을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른 마음을 갖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주위 사람들을 위한 교육의 장이 되므로 이제 교육의 방법과 관점을 새로이 세워야 할 것이다.

부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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