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는 이 세상에 나온 지 갓 100년이 지난 종교이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는 후천개벽의 새 시대에 과학문명을 선용하는 가르침을 들고 나왔다. 원불교 교법을 제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제법주(制法主) 정산 송규 종사는 스승인 소태산 대종사를 후천개벽의 주세불(主世佛)로 높이 드러냈다. 또한 소태산이 개창한 새 회상 원불교를 후천개벽의 새 문명사회를 이끄는 주세종교임을 높이 세상에 천명했다.

원불교 교법의 특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것은 과학문명과 상치하지 않고, 과학문명의 발달을 촉진하는 점이다. 원불교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사실적인 종교이다. 과학문명의 순기능을 확장하고, 과학문명의 이기(利器)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의 정신 역량을 양성하는 종교이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되는 미래시대에 적합한 사상으로 미래인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는 그런 앞선 종교인 것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표어를 들고 나온 정신 개벽의 종교이다.

또한 원불교는 은혜를 앞세우는 종교이다. 인간 사이의 해독과 원망보다는 은혜와 감사, 지은(知恩)과 보은(報恩)을 권장하고 깨우치는 종교이다.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게 하는 종교이다. 인간 사이의 은혜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과 천지 만물간의 은혜로운 관계를 밝히고, 관계성을 증대시키는 큰 종교이다.

원불교는 신통(神通)과 이적(異蹟)을 주장하는 종교가 아니다. 인도상 요법(人道上要法), 그러니까 인간 세상에 요긴한 인도를 주체로 삼는 정법(正法)이다. 교조 소태산 대종사는 가족이 육신에 병이 들자, 급히 자신을 찾아와 방책을 묻는 제자에게 "나는 정신의 병을 치유하는 사람이지, 육신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다. 어서 의원에게 데려가라"며 그 정로(正路)를 제시했다. 이처럼 원불교는 비합리적인 신통과 이적을 주장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신통과 이적을 바라고 방황하는 우매한 중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원불교는 종교인이 할 일과 의사가 할 일, 도학이 할 일과 과학이 할 일을 엄격히 구분한다.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종교가 아닌 것이다.

창교 100년의 역사, 과학문명 시대에 제대로 역할할 원불교 교법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 만큼 세상의 인지(人智)가 활짝 열리지 않은 탓이라 생각한다. 어둔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오고 긴 겨울이 지나고서야 새 봄이 오듯이 원불교 교법이 세인(世人)의 환영과 보호를 받을 날도 시절 따라 가까이 오리라 믿는다.

원기100년을 보내고, 원기101년 원불교 2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 재가출가 전교도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마음을 챙겨서 교법으로 새롭게 정진하는 것이다. 과학문명을 선용할 정신개벽의 역량을 기르고, 보은 감사 생활에 주력하며, 신통과 이적을 바라지 말고 인도상요법으로 착실히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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