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 100년이 대단원의 막을 내릴 즈음이다. 원불교 창교 100년의 역사를 매듭짓고,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준비할 때이다. 금년 한 해도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세계적으로는 테러사태의 빈발로 평화에 큰 도전을 받았고, 대한민국은 성완종 리스트와 메르스 사태로 온나라가 휘청거렸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차기 정권을 둘러싼 여야 정치인들의 대립과 투쟁으로 나라 경제와 서민들의 삶이 한층 고달프다.

원불교 교단도 교헌개정의 건, 일본 치바법인 사태 등으로 인해 한차례 홍역을 치루고 이제 겨우 새 교정팀을 출범시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교구장과 기관장을 비롯한 인사이동이 단행되어 원기 101년을 맞게 됐다.

교단이 창교 100년의 분수령을 넘어섰다. 개교 100년의 역사는 참으로 담대한 역사였다. 암울한 일제 치하, 전남 영광 일우에서 평범한 성자의 대각으로 비롯, 민중의 종교로 출발한다. 당시 유세한 가문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농민들이 규합한 민초들의 결집이었다.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와 아홉제자, 10인이 일단(一團)을 이루어 단합된 힘으로 저축조합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바다를 막아 언답을 만들고, 천지를 감응하는 기도로 백지혈인(白指血印)의 법인성사(法認聖事)를 이룬다. 부안 변산에 입산하여 교법을 제정한 후, 익산에 중앙총부를 마련했다. 참으로 간고한 역사의 긴 행군이었다. 오뉴월 땡볕에도 동지섣달 북풍한설에도 아랑곳 않고 농사를 짓고 엿장사를 하며, 평지조산(平地造山)의 새 회상을 건설했다.

일정의 갖은 탄압을 이겨내며 8.15광복을 맞은 교단은 정산 송규 종법사의 대법력으로 한국전쟁을 무사히 넘기고, 교화 교육 자선의 삼대기관을 차례로 설립해 오늘날 교세의 기초를 갖추었다. 이후 대산 김대거 종법사의 역량으로 남한강 사건의 위기를 극복하고 교단의 외연을 넓히며 국내외 교화의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이어 좌산 이광정 종법사가 군종 인가를 받고 원음방송을 개국하는 등 교세의 신장을 더했고, 경산 장응철 종법사 시대를 맞아 개교 100년 성업을 통해 원불교 TV 방송을 송출하고, 백년기념관 건립과 교정원의 서울 이전을 추진하는 등 교화 발전의 대전기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고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세차례에 걸친 국가적 장례식 때 4대종교로 종교의식에 참여함으로써 국내외로 원불교를 크게 알리게 된 것은 참으로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교단이 할 일은 착실히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명대실소가 되지 않도록 각 방면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내실을 다져 드러난 이름이 허명(虛名)이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힘을 갖추는 것이다.

원기 100년, 설레는 마음으로 의미있게 시작했는데, 어느 새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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