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담은 건축, 수행자들 깨닫음 얻도록'

▲ 곽계환 상임이사는 영광국제마음훈련원이 의두에 바탕한 마음공부로 세계화·사회화되길 염원했다.
영산성지 법모실에서 2년째 상주하며 영광국제마음훈련원 건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재)국제마음훈련원 곽계환(70·법명 성제) 상임이사.

원광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인 그는 숙소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오전8시30분에 시작하는 현장의 작업은 오후6시가 돼야 끝나니 젊은 사람도 버거울 정도다. 그의 일상이 이렇게 된 것은 (재)국제마음훈련원 상임이사와 영광국제마음훈련원 건축의 총 감독을 맡고서부터다. 그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영성적 공간을 설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향후 운영을 통해 일반 국민과 세계인들의 영성을 맑히고 밝히는 도량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를 만나 영광국제마음훈련원의 설계와 건축 등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 영광국제마음훈련원 건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10년 7월 원100년기념성업회의 연락을 받고서부터다. 그해 대각개교절을 맞아 총부를 방문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김완주 전북도지사 등이 원불교100주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권고했다. 하지만 교단 현실은 서류자체도 접수를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나에게 하명이 내려와 동분서주로 노력했고, 그해 12월31일 국회에서 영광국제마음훈련원 예산이 통과되면서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정년퇴임을 준비하면서 노후준비로 'FRP'라는 건설 신소재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당시 신소재를 이용한 교량 2개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훈련원 건립과 병행할 수 없어 특허사업을 포기했다.

- 훈련원 건축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우선 터파기가 가장 힘들었다. 영산성지 이바리골에 위치한 훈련원 본관은 원래 계곡이었던 곳이다. 그러다보니 구조물 안전을 위한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표면은 큰 바위들이 많았고, 조금 더 파고 들어가니 암반이 계속됐다. 지하 1층 지상 4층을 건축하기 위해 산을 깎아낸 다음 그곳에 구조물을 앉혀서 다시 흙을 넣는 작업을 했다. 대강당과 선 센터가 있는 지역은 토질 실험을 해보니 붕적토 연약지반이었다. 13m 높이의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기초 보강이 필수다. 마이크로 파일을 박아 연약지반을 보강해 건물의 안정성을 담보했다.

다음은 계곡의 물길을 돌리는 작업이었다. 계곡 위에 집을 지었기 때문에 계류보전(사방댐)으로 수해를 막아야 했다. 삼밭재 뒷산은 겹산이 아니라 홑 산으로 비가 오면 일시에 빗물이 흘러내린다. 그래서 훈련원 상류에 계류보전을 설치했고, 배수로(물길)도 건물 외곽으로 새로 뚫었다.

- 식수와 에너지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길룡리에서 개발해 놓은 지하수(관)를 훈련원까지 연결시켰고, 상수도는 영광군의 협조를 받아 영산성지에서 이곳까지 연장 공사를 했다. 지하수는 식수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실내외 청소나 나무 물주기 등에 사용할 예정이고, 상수도는 식수와 목욕물 등으로 활용된다. 계류보전을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어 빗물을 저장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예산과 설계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 훈련원 현황은 어떤가.

본 훈련원의 건축면적은 2886㎡, 연 면적 6638㎡로 지하1층, 지상4층의 철근 콘크리트와 철골조로 신축됐다. 객실은 1인실, 2인실, 4인실, 다인실로 총 59개로 구성됐고, 침대와 온돌방으로 겸용할 수 있게 해 230명 정도가 숙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공용시설인 선실(힐링시설)과 대강당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특히 선실은 좌선, 입선, 와선 등을 할 수 있도록 특색있게 설계했다. 친환경 에너지인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설을 갖춰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준공은 2016년 1월31일 예정이며, 개소식을 위한 봉불식은 같은 해 4월7일로 준비하고 있다.

- 훈련원 건축물의 특징은 무엇인가.

먼저 영광국제마음훈련원 설계는 국제 공공 디자인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설계에 있어 공공성과 영성을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본 건축물은 영산성지 삼밭재 길목에 자리하고 있고, 아래로는 법성포와 정관평이 조망된다. 건축설계는 영성적 공간개념을 도입했다. '마음(心印)'을 나타내는 '일원상'을 건물 전체 또는 일정한 부분에 나타냈고, '사은'의 근본성을 표현했다. 그리고 열린 공간개념으로 설계해 동선이 자연스럽게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이어지도록 했다. 또 구심적 공간개념과 편리한 공간개념, 환경 친화적 공간개념으로 설계해 훈련객들의 영성이 깊어지도록 배려했다.

지구단위 계획은 일원상의 형태를 나타냈지만 내부는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해 검소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훈련객들이 차분한 가운데 흔들림 없이 마음 훈련을 받도록 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훈련원 컨셉트는 일원상, 삼학이론을 내포하고 수용하면서 구수산 구인봉의 기를 받는다는 모티브다.

- 향후 훈련원 운영이 중요한데.

구체적인 안은 원장님과 구성원들이 결정해야 한다. 다만 국제마음훈련원이라는 타이틀에 맞는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마음공부가 획기적으로 진보해야 한다고 본다. 교단의 마음공부(유무념·의두·선 등) 이외에도 불교의 위빠사나, 간화선, 묵조선, 도교의 내단수련, 신생 영성단체의 기(氣)수련, 뇌(腦)호흡 등 수행담론들을 두루 섭렵해야 한다. 기존의 수행방식이나 형태를 선행연구해서 우리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더불어 '진리에 도달하는 수행법'을 제시해야 한다. 진리에 도달하는 수행의 핵심은 현재 낮은 인식의 수준(중생심)을 인정하고 내 앎의 수준을 끌어올려 궁극적인 진리가 내 앎의 수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지식화 수련'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의 의두·성리훈련은 일상생활에서 혹은 수양하는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나 고민에 답을 준다. 집중력 있는 훈련은 수행자에게 평안과 지혜를 준다. 국제마음훈련원이 의두에 바탕한 마음공부로 창조적 계승과 발전을 이루면 좋겠다.

훈련원은 수행자들이 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한 수행의 결과를 수치화하고 형상화하는 뇌파(腦波)측정기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간단하고 쉽게 4차원으로 수행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훈련의 집중도는 배가될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뇌파운동에 대한 과학적 이론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설계에 참여해 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김승회 교수와 원광대학교 건축학과 윤충렬·홍승재 교수 그리고 (주)길건축사사무소 이길환 대표에게 감사를 드린다. 더불어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힘을 모아준 재가 출가 교도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한다. 국가 보존사업인 경우 자체 부담금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훈련원 사업은 자체 부담금이 계획대로 지원돼 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진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변함없는 스승님들의 지도가 있었기에 우리가 원하는 훈련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 영광국제마음훈련원은 내년 4월7일 봉불식을 목표로 내부공사과 조경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곽계환 상임이사는
도시계획 전문가로 만덕산성지 보존에 지대한 역할을 했고, 영산성지 기본 계획을 비롯한 중앙총부 기본계획 작성 등 교단의 크고 작은 일에 협력해 왔다. 중앙총부 오폐수 관로 시설, 대종사성탑을 가로지르는 도로계획 이전, 원로원 숙소 및 정화제복사 구조물 안전진단, 원광효도마을 신축허가 등 교단의 굵직한 건축 인허가와 건물의 안전진단, 도로개설을 포함한 측량과 자문역할을 하며 교단발전에 공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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