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1년, 창립정신 되새겨 다시 정신차려야 할 때
원불교인 〈정전〉 공부와 공도 실천, 모두 거듭나야

▲ 박시현 교도 / 원남교당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 원불교 백년 또는 백주년을 기념하자며 갖가지 행사를 벌이는 것은 우리 교단이 제생의세를 목적하는 정법회상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가 되짚어 보고자 함이다.

이소성대, 무아봉공, 일심합력, 근검저축으로 요약되는 원불교 창립의 기본 정신을 되찾아서 교단이 건전하게 발전할 길을 모색하고 교도들의 정법 신앙과 수행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삼자는 것이리라. 창립한도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지금 제3대 말이 되는 원기108년을 몇 년 앞두고 있다.

우리는 곧잘 도덕문명과 과학문명을 조화시키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우리 교단이 그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입으로는 현묘한 진리를 말하면서 스스로 실천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마음을 비우라고 가르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그 지도를 누가 따르겠는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넘어져 다친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을, 뒤에 오는 사람이 있는지 살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만 빠져나가고 문을 그대로 놓아버리는 사람을 법강항마위 법사라고 하면 그 법위가 무색하지 않은가?

우리가 용심법을 배우는 것은 일상의 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정직과 진실을 토대로 한 우리 교단, 일제의 압정 속에서도 '불법연구회는 나라를 맡겨도 될 단체'라 할 만큼 신뢰를 받은 우리 교단이다. 정법회상의 주역으로서 솔선수범해야 할 이가 책임져야 할 때 책임지지 않는 풍토는 바로잡아져야 한다. 현묘한 진리를 말할 줄은 알면서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의 수가 늘어나고, 법신불보다는 화신불에 의지하는 이의 수가 늘어났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한편, 지난 수십 년 교단이 인정한 항마도인, 출가도인이 수두룩하지만 지금 교단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데에는 대체로 소극적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꾸어서라도 해야 하는 견성이라서 그처럼 많은 이에게 꾸어줬던 것인가? 견성 도인이라도 공중사를 단독으로 처리하다 보면 사고를 내고 만다. 지금까지의 모든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결국 교단의 일을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두루 상의하지 않고 소수인이 또는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도가(道家)의 특성만 앞세워서도 안된다.

대종사 재세 시에 있었던 특신급 계문 제1조 '공중사(公衆事)를 단독히 처리하지 말며'와 관련한 몇몇 일화를 상기해볼 일이다. 대종사는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공중의 의사를 묻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한 일을 꾸짖고 경계한 것으로 안다. 비록 어떤 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한 일일지라도 공중의 일을 의논하지 않고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을 경계하셨다.

새해, 원기101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창립정신을 되새기며 다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네 가지 은혜를 알고 보은 봉공을 실천해야 하는 원불교 교단이 다시 바로서야 할 때이다.

재가 출가의 구별은 있을지라도 차별은 없게 하고, 인재가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서로의 마음을 열고 합심하여 공의를 통해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제생의세의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법 정신을 바르게 살려야 한다. 형식과 외화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실력을 갖추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원불교 공부인 답게 〈정전〉 공부를 제대로 하고 공도를 제대로 실천하는 교단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혈심으로 무아봉공을 실천한 우리의 선진님들이 세워준 탄탄한 기초가 있지 않는가?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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