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눈 찬바람에 아름다운 향기를
토하는 것이 매화라면
거친 세상 괴로운 지경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는 것이 용감한 자니라


꽃으로서 매화가 된다면
서리와 눈을 원망할 것이 없느니라
사람으로서 용감한 자가 된다면
행운의 기회를 기다릴 것이 없느니라


무서운 겨울의 뒤에
바야흐로 오는 새봄은
향기로운 매화에게 첫 키스를 주느니라

'새해 아침에'- 한용운(韓龍雲 1879-1944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

1932년 설날 아침에 만해는 겨울에 피는 매화꽃처럼 청년들에게 지조를 지키라고 당부하였다. 조선총독부가 보기 싫다고 지은 북향집 심우장(尋牛莊)에서 만해는 해방 직전에 안타깝게 열반했지만 '선사의 설법'에서 변절자를 꾸짖었다. 물론 만해의 시에서 님은 연인이면서 조국이고, 부처이면서 자연의 진리이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었습니다 / 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하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는 말입니다 / 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주는 것입니다 / 그러므로 대해탈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남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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