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 건강, 교화일념으로 세상 밝히는 천연초
인생2막에 만난 캔들아트로 더 큰 행복 찾아가
초는 무아봉공과 사무여한, 이소성대 상징

몸과 마음을 오롯이 모으는 고요와 평화의 상징이자 이 계절이면 더욱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 소품, 기도 때마다 켜는 신앙의 오랜 친구 양초. 초는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무아봉공이나 사무여한을 의미하며, 작은 불씨 하나 오래 살려 밝기와 온기를 지켜내는 이소성대를 뜻하기도 한다.

이정은(법명 서운·방배교당) '캔들초아' 대표(방배교당 이서운 교도) 역시 초의 의미들에 반해 초처럼 살아가는 캔들아티스트다. 40대 중반 시작한 초가 이제는 직업이 되고 서원이 된 그는 이제 일원상과 법문을 담은 작품들도 제작하며 교화의 촛불도 이어붙이고 있다. "어느날 양키캔들을 무심코 켰더니 향이 좋긴 해도 두통이 오더라고요. 기도나 좌선에도 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20여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뭔가를 배웠던 그였기에, 별 고민없이 초 만드는 법도 검색하고 간단한 도구들도 구입했다. 재무설계회사 소장까지 했던 그였지만 사실 미술 전공에 미술학원 경력도 있어 금세 예쁜 초들이 탄생했다. "그런데 초의 원료인 파라핀이 호흡기에 유해하다는 걸 알고나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거예요. 부모님(이무현·박정진 교도)이 초 켜고 기도하시는 걸 수십년 봐왔는데, 무해한 것을 넘어 건강에도 좋은 초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래 공예면 공예, 요리면 요리 뭐 하나에 꽂혔다 싶으면 밤 새워 자격증까지 따는 학구열의 그였기에 공부는 자연 수순이었다. 그러다 원다르마센터 봉불 준비 봉사를 떠나, 미국에 머무른 3개월동안 틈만 나면 초를 보러다녔다. 일본에서도 2달을 보낸 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전문가 과정을 시작한 그, 통상 일반 초면 3~5개월, 자신만의 초를 만드는 데는 1년 이상이 필요한 캔들아티스트 과정이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애초에 100% 천연원료에 핸드메이드로 마음을 굳힌 덕분에, 그는 초를 배우는 한편 방방곡곡 좋은 원료를 구하러 다녔다.

"콩이나 벌꿀, 야자수 등 천연 원료가 지금은 많지만 당시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높았어요. 그래도 원료는 물론이고, 향을 더할 에센셜오일도 천연을 고집했죠. 교무·교도님들이 늘 켜두시는 게 초니까요."

겨울철이면 감기에 좋은 유칼립투스 에센셜오일을 넣어 초를 켜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되도록 만드는 그. 그에게 초는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요, 앞만 보고 달리는 숨막히는 일상의 휴식이다. 또한 그만의 다른 의미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교화다. "원다르마센터 교무님들이 봉불식이나 4축2재 선물, 교화용품 등을 고민하시는 걸 봤어요. 그때 생각에도 초를 교화용으로 만들어야겠구나 했어요."

먼저 서울교구 보은장터에서 판매해보니 반응이 폭발적인 한편, 일원상을 넣어달라 사은을 표현해달라 등 요청도 많았다. 요구사항들은 그에게 아이디어가 되고 작품으로 빚어져 교당 불단에도 가고, 교화에도 쓰였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석고방향제나 디퓨저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교화를 생각해서다. "욕심으로는 전국의 모든 교무님, 교도님들에게 하나씩 다 선물하고 싶어요. 그런데 우선은 원불교 작품을 만들 때마다 법무실에 올리고 어려운 교화 현장에 보내고 있어요."

올해 신년법문이 발표되자마자 그는 글씨 그대로를 넣은 디퓨저를 만들어 조실에 보냈다. 함께 올린 일원상 석고방향제는 그의 교화 일념이 담긴 작품으로, 차나 방에 두는 원불교 상징이면서도 기능을 더해 선물하기에도 좋게 하자는 고민의 결실이다. "석고방향제에 일원상을 코팅하면 바르고 말리기를 여러 번 하느라 사흘은 더 걸려요. 하지만 교화에 쓰일 거니까 어떤 과정도 허투루 않고 재료도 가장 좋은 걸로만 써요. 드리기 전에 그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기도도 하고요."

애초에 수익 일부를 교화에 쓰자 했던 그였기에 보은장터에 내놓는 작품들도 교단 밖 판매가에서 30~40%는 낮게 받는다.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가격이 낮아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타박까지 들었지만, "교화에 쓰이는 원불교 제품이라 높일 수 없다"고 응수해왔다.

"청소년교화와 군종교화에 힘 되는 게 꿈입니다. 핸드메이드라 한번에 많은 양을 만들진 못하지만, 틈틈이 모아 현장으로 보내고 있어요. 나중에는 해외교화에도 도움이 되고 싶고요."

상상만 해도 즐거운 청소년교화 아이디어도 있다. 학생이든 청년이든 법회에서 순수 재능기부로 강의를 펼치겠다는 것. 인연초대법회같은 기회에 불러줬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우리 교당 불단에 내가 만든 초 하나 올려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된 캔들아트가 오늘날 많은 이들의 기쁨이 되고 있는 '캔들초아' 이정은 대표. 최근엔 일본에서 유리공예 학위를 따고 돌아온 딸(류혜인 교도)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교화용품을 넘어 원불교문화콘텐츠의 새 막을 열 계획이다. 점점 더 많은 현장에 전해질 그의 작품들은 방배교당이나 페이스북 '캔들초아'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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