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영산성지 선진포 입정터에서 일출을 본 적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설렌 마음으로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뜨겁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선진포로 달리다 걷다를 반복한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그 태양의 벅차오름에 나도 모르게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 끌림의 종착역인 입정터에 이르면 저절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원기101년을 대환희심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저 떠오르는 태양처럼 기쁨으로 충만된 101년을 맞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종사님" 며칠을 달려가 봐도 대답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와탄천 갈대 둑방을 무한한 밝음으로 번져가는 일출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데 한 생각이 스친다.

"저 태양의 밝음이 바로 네 마음이란다! 이미 환하게 밝아져 있는 지혜광명이야!" 아! 내 마음의 지혜광명이였구나~~! 내 마음의 지혜광명을 확인하는 순간 벅차오름으로 충만해진다.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우리 모두의 지혜광명이 밝아지면 백주년을 환희로 기쁨으로 맞이하게 되겠구나! 그러나 이 기쁨도 잠시, 한 순간 밝아져온 지혜광명은 계속 밝아지지 않고 다시 연기처럼 무명으로 사라져버린다.

어떻게 하면 오래오래 밝힐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지혜광명은 생각도 안난다. 오늘도 무슨 공부를 한 것인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한 없이 작아진 나를 위해 뜨겁게 달아오른 시비이해의 머리도 식힐 겸 저녁을 먹고 대각지를 향해 나섰다. 일몰을 즐길 여유도 없이 어둠은 빠르게 깜깜한 밤을 불러들인다. 어둠속으로 깊이 걸어 갈수록 모든 분별도 쉬어지고 사라져간다.

분별이 쉬어지니 뭐라 말할 수 없는 상쾌함이 찾아온다. 그동안 풀지 못한 화두 "오래오래 지혜광명을 밝히려면 어떻게 할까"를 떠올린다.

어둠과 직면하니 태양에서만 답을 찾으려 했던 것이 어리석음이었음을 알게 됐다.

밝음은 태양이 없어도 어둠은 확연히 비춰지고 있었다. 어둠과 밝음이 둘이 아니고 낮과 밤이 둘이 아니다. 태양의 밝음이 사라지면 바로 어둠이 시작된다. 어둠의 공적이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 어둠인 줄을 알고 오래오래 텅 비우고 고요해져 있으면 바로 지혜광명의 태양이 솟아오르게 되는구나!" 어둠이 지나야 태양이 솟고, 어둠 속에 함몰되지 않으면 이미 지지않는 태양아래 오래오래 있는 것이구나! 모든 분별 속에서 분별인 줄 알고 텅 비우고 고요해져 있어야 지혜광명도 오래오래 가는 것이었다. 대종사께서도 대각하기 전에 "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 라는 한 생각마저도 잊어버리고 입정에 들었다.

대각지 하늘 사이로 고운 달빛이 더욱 영롱하게 만물을 비춰줄 수 있는 것도 바로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한 마음이 나타나면 일출이요 한 마음이 사라지면 일몰이다.

이제는 선진포 입정터에 오르면 일출의 벅차오름과 함께 일몰의 고요함을 보게 된다. 고요함이 지극할 때 오래오래 벅차오름이 가능하다. 선진포의 일출은 나에게 원기101년의 선물이다.

/영광국제마음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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