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바다 헤치며 뱃고동 울리는 듯
조용하지만 굳은 의지 담겨
응답하라 원기79년

▲ 방길튼 교무 / 나주교당
48장) 어둔 길 괴로운 길(得度의 노래)
이공전 작사 / 김동진 작곡
1. 어둔 길 괴로운 길 헤매이다가
즐거이 이 법문에 들었나이다.
이 몸이 보살되고 부처되도록
나아갈 뿐 물러서지 말게 하소서.
이 몸이 보살되고 부처되도록
나아갈 뿐 물러서지 말게 하소서.

2. 이 한 몸 이 한 마음 온통 받들어
이 회상 이 공도에 바치나이다.
이로부터 끊임없이 이 법륜따라
네 가지 크신 은혜 갚게 하소서.
이로부터 끊임없이 이 법륜따라
네 가지 크신 은혜 갚게 하소서.

즐거이 이 법문에 들었나이다.
〈성가〉 48장 '득도의 노래'는 범산 이공전 종사가 작사한 노래이다. 〈예전〉 교례편에 득도(得度)에 대해 밝혀져 있다. 즉 득도란 새 부처님 대종사의 법문에 귀의하여 자비교화의 제도(度)를 얻게(得) 되는 것으로, 입교와 출가의 뜻이 있다.

입교는 처음으로 불문(佛門)에 들어와 보통급 교도가 되는 것으로 불문을 깨달아서 부처가 되어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발원이며, 출가는 세속을 떠나는 의미가 아니라 집의 범위를 확대하여 오롯이 제생의세에 힘쓰겠다는 전무출신을 서원하는 것이다.

〈성가〉 48장 득도의 노래에서 1절은 입교의 뜻이라면 2절은 출가의 뜻이 강하다. 범산 종사는 원기71년(1986) 회갑을 기념해 '범산문집 범범록(凡凡錄)'을 발간한다. 이 범범록은 범산의 개인문집이라기 보다는 원불교의 소중한 문헌 자료로 그 가치가 무궁하다. 이 범범록에 '저의 이 붓이'라는 제목의 시가 실려 있으며, 원기60년 7월 〈원광〉 86호에 발표한 시이다.

"저의 이 붓이, 큰 일은 크게 / 아닌 일은 아니게 쓰게 하시고 / 쓸 일은 쓰게 / 안 쓸 일은 아니 쓰게 하여 주시며 / 이 붓으로 큰 일이 줄어지거나 / 아닌 일이 과장되지 말게 하시고 / 후래 만대에 / 공명한 기록으로 남게 하소서. (하략)"

이 시에서 범산 종사가 얼마나 원불교의 사필(史筆)의 사명감을 가지고 공명한 기록을 하기 위해 기도했는지 알 수 있다. 범산 종사는 숙겁의 인연으로 입교하여 교단의 붓으로 전무출신서원하신 것이다.

이 회상 이 공도에 바치나이다.
〈성가〉 48장의 1절은 입교를 노래하고 있다. 1절의 "어둔 길 괴로운 길 헤메이다가"의 어두운 길과 괴로운 길은 깨닫지 못한 삶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본성을 알지 못하고 무명에 따라 갖은 분별과 집착에 빠져 고통을 받고 있는 삶을 그리고 있다.

무명에 의해 집착한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욕심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으로, 집착한다는 것은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괴로운 것이며 설사 충족된다 해도 그 충족은 잠시뿐 또 다시 더 큰 욕심을 발하여 불만족스럽게 된다. 그래서 집착하는 삶을 사막에서 목마른 것처럼 갈애(渴愛)하는 삶이라 한다.

이와 같이 무명에 의해 분별 집착하여 욕심이 치성하고 욕심이 충족되지 않기에 괴롭다는 것이다. 무명을 놓고 분별 집착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내 뜻을 강요하지 않고 다만 자기할 일에 충실하게 된다. 내 의견을 진실 되게 요청할 뿐 내 기대심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무명에 따른 분별 집착의 고통스런 삶에 헤매이다가 어찌 다행 이 일원대도의 법문에 들게 된 것이다. 다행스럽기에 즐거이 이 법문에 들게 되어 기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행함이 식지 않도록 "이 몸이 보살되고 부처되도록 나아갈 뿐 물러서지 말게 하소서"의 발원을 세우고 다지는 것이다.

보살은 깨어있는 중생으로, 깨달았으나 이상세계의 초탈한 저 세상에 안주하지 않고 중생들과 더불어 중생을 위해서 제도에 힘쓰는 존재이다. 부처는 이런 보살이 원숙해진 경지로, 보살은 법강항마위에 올라 출가위의 심법을 자유자재로 나투는 분이라면 부처는 출가위가 원숙해져 대각여래위에 오른 분이라 할 수 있다.(〈대산종사법어〉 법위편 13장)

또한 부처와 보살은 부처가 체(體)라면 보살은 용(用)으로 부처의 작용이 보살이요 보살의 바탕이 부처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입교하여 보통급-특신급-법마상전급을 거쳐 법강항마위에 올라야 한다. 그래서 출가위를 거쳐 대각여래위까지 승급해야 한다. 이 법문에 들어 나아갈 뿐 물러서지 않는 불퇴전(不退轉)의 적공을 하자는 것이다.

〈성가〉 48장 2절은 출가를 노래하고 있다. 2절의 "이 한 몸 이 한 마음 온통 받들어 이 회상 이 공도에 바치나이다."는 전무출신의 서원이다.

주산 송도송 종사는 "마음은 스승님께 바치고 몸은 세상에 내놓으리라.(獻心靈父 許身斯界)"는 출가송을 대종사님께 올리고 전무출신하였으며, 대산 종사는 출가하여 "이 몸을 기필코 공중사에 바치리니 영생토록 변함없이 있는 힘을 다 하리다.(此身必投公衆事 永世盡心竭力行)는 입지시를 발표한다.

이런 전무출신의 삶에 출가하여 대종사님이 밝혀주신 일원대도의 법륜을 굴리자는 것이며, 일원대도를 굴리자는 것은 이에 근거한 사은사요 삼학팔조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범산 종사는 "이로부터 끊임없이 이 법률 따라 네 가지 크신 은혜 갚게 하소서"라 노래하고 있다. 이 법의 수레바퀴를 굴려서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은혜를 갚고 사는 보은자가 되자는 것이다. 일원상 서원문의 "은혜는 입을지언정 해독은 입지 아니하기로써"처럼 보은하여 은혜를 입고 배은하여 해독은 입지 말자는 것이다.

결국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제생의세에 오롯이 힘쓰는 전무출신이 되어 영생토록 보은자가 되고 대종사님의 법륜을 이어 굴리는 법의 보은자가 되자는 것이다. 원불교의 출가는 유형의 집을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욕(私慾)의 집을 벗어나 공가(公家)의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원음산책
〈성가〉 48장 어두운 길 괴로운 길 득도의 노래를 듣노라면, 마치 앞으로 나아갈수록 넓어지는 광활한 바다를 향해 유유히 배 저어가는 느낌이 든다.

맑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향해 조용하면서도 굳은 의지와 새로운 출발 그리고 만선을 염원하면서 나서는 출항의 심정이라 할 것이다.

정적의 바다를 헤치면서 뱃고동을 울리는 것처럼 서원의 간절함을 담아 부르며, '다행스럽게도 이런 기회를 만났다'라는 마음으로 소절 소절을 불러 가면 감정이 더욱 살아날 것이다. 전체적으로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도 의지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느낌이다. 원기52년(1967) 김동진 작곡으로 정화사에 의해 성가로 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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