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못한 꽃들 위로하는 광화문 세월호 광장

▲ 세월호 광장 기억의 문이 불을 밝혔다. 방문자들이 희생자들에게 추모의 마음을 전하는 곳이다.
▲ 은혜의집 강해윤 교무가 위로, 문제, 미래라는 키워드로 송년기도에 함께한 사람들과 소통했다.
"영인아, (세월호) 그 배 올리자! (그 안에 고이 잠들어 있을 너를) 보고 싶어 미치겠다."
"내 사랑 다윤아,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지세운 날이 너무 길구나. 하지만)엄마는 너를 끝까지 기다릴게."
"엄마를 찾아(서)야 (가슴에 안고 위로해 드리고 보내야) 아들 가슴에 여한이 없죠."

2015년 광화문 세월호 광장 0416 전시관 처마의 깃발들이 펄럭인다. 부모의 애타는 마음, 자녀의 간절한 그리움이 바람결에 일렁이는 곳.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사실이기에 그 가슴 아픈 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기100년 매주 목요일에 진행된 '원불교 기도식이 50회'를 맞았다. 지난해 12월31일 오후6시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이 송년기도회 겸 문화제를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후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25일 째.

2014년 4월16일, 인터넷 뉴스와 TV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속절없이 침몰하는 세월호를 마냥 바라봐야만 했다. 훗날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로 자리잡았다. 그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 하나를 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고, 그 가운데 9명은 아직도 실종상태다. 이 엄청난 참사로 인해 가족들은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슬픔 속에 통곡하는 나날을 보내야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이하 세기원 밴드)에서는 이러한 아픔을 함께하고자 매주 목요기도회, 학부모와의 만남 등을 추진해왔다.

길고 긴 시간 오랫동안 기도했던 바람은 사고원인이 명확히 밝혀지는 것이다. 또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염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권력자들은 이러한 절실한 기도를 깔아뭉개고 반쪽짜리 진상조사위원회를 겨우 만들어서 오래도록 시간만 끌었다. 그리고 청문회를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책임회피로 실망을 안겨줄 뿐이었다. 어찌 이리도 모질고 아프게만 하는지, 기도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눈물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세기원 밴드 리더인 영등포교당 이해은 교도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된 진상규명과 참사로 인해 희생된 영령들에 대한 완전한 해탈 천도, 가족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와 시민들에 대한 치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매주 기도를 진행할 의지를 보였다.

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세월호 참사를 잊어버리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며 "10대의 꽃다운 영혼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상의 희망이 되고자 하는 원불교인들이기에 세월호를 비롯해 우리 시대에 겪고 있는 많은 아픔을 함께 나누고, 짊어지고, 해결해 가려는 것이다.

송년기도회에 함께한 사람들은 '진실과 정의를 실현하는 개벽세상을 만들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규명되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위로와 치유가 이루어지는 동안까지 함께해 가자'는 동맹기도 실현의 뜻을 견고히 했다.

'위로·문제·다짐'의 키워드

세월호 송년기도에서 은혜의집 강해윤 교무는 ''위로·문제·다짐'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공유의 시간을 가졌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위 영가들에 대한 위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위로, 마지막으로 국민 모두가 받았을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에 대한 두 번째 키워드는 '문제'이다"며 "세월호는 우리에게 어떤 문제를 던져준 것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생명의 문제, 국가기관의 문제, 양심의 문제, 미래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세월호는 과거의 지나간 사건이 아니다. 어떻게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혹시 세월호를 대할 때마다 이제 지나간 과거이니 덮어두자고 한다면 그 사람은 미래가 없는 삶을 살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며 "과거의 명확한 해결 없이 현재가 있을 수 없으며 미래를 계획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다짐'의 키워드에 대해 그는 "세월호 현장에서 기도하는 우리와 이 시간 멀리서 함께 기도해 주고 있는 또 다른 기원인들과 그리고 양심 있고 정의를 세우려는 진실한 사람들은 어떤 다짐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 후 "진실을 마주 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장에 나와서 기도하는 것, 노란 리본 달기, 세월호 뉴스 공유하기, 팽목항 방문, 안산 분향소 방문, 가족들 어깨 감싸주기 등의 다양한 방법을 실천해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 민중가수 최도은씨와 50회 송년기도를 진행한 영등포교당 이해은 교도.
세월호 가족, 윤민 엄마

문화제에서 2학년 3반 윤민 엄마의 첫 마디는 "4월16일에 사는 사람이 됐다"는 말로 삶의 처참한 변화를 대변했다. 이제 2월이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됐던 아이들의 졸업식이 다가온다. 그는 "아이들이 없는데 졸업식이 무슨 의미인가. 아직도 미수습된 학생들이 4명이나 된다. 세월호 인양 때까지 기다렸다. 그 아이들과 함께 졸업식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도 교육청을 상대로 '교실 존치' 외 여타의 문제 해결에 힘이 떨어지기도 한다. 교육청에서는 '선례가 없다. 그러니 해줄 수 없다'는 말뿐이다. 이렇듯 눈에 띄는 변화가 없기에 더 그렇다. 선례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시민들의 10만 서명도 다 채워가니 변화의 기미는 보인다는 것이다. 그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윤민 엄마는 4월16일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으로 현재를 살고 있다.

그는 "우리들의 역할에 따라 세월호로 희생된 304위 영가들의 삶과 죽음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꾸준한 기도 정성에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로 차마 다 할 수 없는 속마음을 마무리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양대승 목사의 덕담, 이유진의 시낭송, 민중가수 최도은의 공연, 김시명 교도의 독창, 세월호 광장 활동가들의 연대 인사가 이어졌다.

사랑하는 꽃들, 소중한 참꽃들의 희생! 활짝 피지 못하고 바다에 잠겨버린 그 꽃들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멀리 울리는 기도로 한 해를 마감했다.
▲ 노란 배 위에 추모의 리본 달기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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