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김덕찬 교무 / 청해진다원
나는 우주 속의 미아? 내가 머물고 존재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환화와 같다고 한 게송처럼, 시간적 허망함과 공간적 무감각 등 그동안 온갖 방황 속에서 살아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이렇게 그 뭔가를 추구하고 찾아 헤매는 나는 또한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가? 이렇게 우리 인생의 본질적인 답을 찾기 위해 50여 년 세상시간의 세월을 보냈다.

그 사이 그 답을 얻기 위해 서원한 3차례 출가의 길을 시도했다가 보기 좋게 좌절당했다. 그리하여 '이 생에 출가기연이 없구나' 하고 세상살이에 깊이 매여 살아왔다. 그러면서 겪었던 세상사의 온갖 우여곡절은 참으로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형 가스폭발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고 산채로 생생하게 겪었던 도산지옥과 화탕지옥은 오히려 견딜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고통을 안고 그렇게 망가진 몸으로 한 세상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오히려 참담 그 자체였고, 깊은 좌절 속에 죽지 못해 살아왔던 암울함은 지금 이 순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도 서원을 놓지 않고 공부하며 열심히 살아왔던 세월! 그 노력의 결실로 자녀둘 다 깊고 큰 서원과 공부심으로 출가하여 주법인 경산종법사를 모시고 간사 2년을 마친 후 영산선학대학교 1학년, 2학년에 재학 중에 있다.

이때 교단에서 새롭게 시행된 기간제 전무출신이라는 제도를 통해 지천명의 나이로 출가하여 네 번째만에 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는 내게 있어 천재일우의 큰 기회였고, 그 절차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고, 지금은 남도땅 끝자락에 있는 완도 청해진다원에 근무하고 있다.

출가 전 그 모습들, 그것은 나의 전생이었고, 이 생에 이곳 청해진다원으로 천도되어 왔다. 이렇게 전생을 반조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한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피리와 하모니카를 즐겨 부르며, 온갖 식물들의 이름 맞추기 놀이를 재미있어 했던 어린 시절과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 화엄사 적멸보궁 뒤 소나무 아래 앉아 두세 시간을 훌쩍 보내고야 내려오곤 했던 소년기. 천문학에 빠져 광대무량한 대우주 속의 나에 대한 미미함에 한없는 좌절에 빠졌다가 문득 오직 유일한 존재성을 깨닫고 그 귀하고 소중한 존재감에 큰 기쁨과 법열감을 느끼면서 고경과 성학(聖學)에 천착하며 절면벽곡 등 도가의 온갖 수행세계에서 방황했던 구도방황기의 아픈 청년기가 어제 일을 보듯 밝게 들여다보인다.

그리고 직전의 전생은 차를 좋아해 차에 미쳐서 한 생을 살았다. 1년에 280여 통의 차를 마시면서 경향각지의 내로라하는 차인들을 만나 다담으로 법담 나누었던 시절! 온갖 다양한 찻 자리를 만들고, 전전생의 습관을 버리지 못해 차와 선을 하나로 이어내고 새롭게 거듭 만들어내는 일에 혼신을 다했다.

다법을 철저히 연마해 모든 명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석권해 왔었던 화려함도 드러내지 않고 다듬어 왔던 공부. 도가의 깊은 정신문화와 연계해내고 차 명상의 새로운 콘텐츠를 시험해 온 수많은 세월 속에 익혀온 차의 시대사상을 이제 이생에 다시금 펼쳐 보이라는 사은의 명을 받았다. 그것이 이 생에 주어진 나의 천명이다. 그 꿈, 그 천명을 이룰 그 때와 함께할 인연들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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