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집 남매가 깔고 자고 있는 이불은 아주 특별한 이불이다. 나의 어머니께서 결혼을 하실 때 나의 외할머니께서 직접 지어주신 이불의 솜을 꺼내어 말려 다시 조그만 아기 이불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께서는 직접 키우신 목화의 솜을 넣고 바느질을 하여 어머니의 혼수로 이불을 지어주셨다. 그러니 우리 집 남매는 증조외할머니께서 키우신 진짜 목화솜으로 만든 이불을 깔고 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이 이불덕분에 내 아이들이 건강하고 사랑받는 아이들로 자랄 것만 같은 안도감이 들곤 한다. 가족의 사랑과 정이 가득한 이불에서 잠을 자며 자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뭐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
다시 돈이 아닌 정성으로
가치가 옮겨가는 현상들 속에

뜨개질과 같은
아날로그적 취미생활은
정서적 안정과 힐링에 도움 돼

이처럼 나와 가까운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주는 물건은 그 물건이 가지고 있는 쓰임새 몇 곱절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이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최근 생활에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서 우연히 뜨개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자란 나의 실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목에 끼우는 넥워머밖에 없지만 선물할 사람을 생각하며 한땀 한땀 뜨개질을 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기분도 좋아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고 있다.

부드러운 느낌의 털실을 만지며 단순하고 반복된 동작으로 뜨개질을 한다. 모든 생각을 이곳에 집중하니 잡다한 생각들도 사라지고 선물을 한다는 좋은 생각을 계속 할 수 있으니 마음도 편안해 진다.

벌써 몇 개의 넥워머를 완성해 우리식구들도 하나씩 주고 교무님께도 가져다 드렸다. 얼마든지 살 수 있고 모양이나 기능면에서 훨씬 더 좋은 것들도 많지만 선물을 받을 한 사람만을 위해 직접 만든 것이기에 나 스스로도 뿌듯하고 받는 사람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 다시 돈이 아닌 정성으로 가치가 옮겨가는 현상들을 볼 수 있다. 그 중 한 예로 캘리그라피라는 것이 있다. 전자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이 일상화 되면서 사라진 손 편지에 대한 그리움과 문서를 위한 글씨체가 일반화 되면서 사라진 필기체에 대한 향수 등으로 시작된 문화로 유추되는 캘리그라피는 붓, 펜등 다양한 필기도구로 직접 단어의 느낌을 살려 손으로 쓴 글씨를 말한다.

잘 쓰지는 못하지만 붓펜을 사용하여 반 아이들의 생일 날 '○○의 삶에 늘 기쁨, 감사, 행복, 도전,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이라는 글을 캘리크라피 형태로 써서 주는데 코팅을 하여 간직하는 등 소중하게 여겨 주는 경험이 있다.

뜨개질, 캘리그라피등 다양한 아날로그적 취미생활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힐링을 찾는다는 설문조사도 있듯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 조용히 앉아 한 가지에 집중하여 다른 사람을 위해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은 남을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서 필요한 것 같다.

원기 101년 종법사께서 내려주신 신년법문을 뜨개질과 함께 되새기고 있다.

한땀 한땀 실을 뜨며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 했던 초심을 생각한다. 뜨개질이라는 따뜻하고 가치 있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의 삶을 축복해 본다. 그리고 뜨개질로 완성한 넥워머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며 은혜를 서로 나누어야 함을 되새긴다.

<강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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