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규율에 맞는 제도·풍토·문화 만들어야

▲ 조담현 교도 / 마포교당

익산 총부 앞의 주차장은 다른 주차장과 달리 넓은 주차 폭을 가지고 있다. 주차할 때마다 항상 그 여유로운 공간배치에 감사함을 느끼고 마음으로부터 편안함을 느낀다.

서울 교정원시대를 맞이하면서 교단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문화의 수도이자 세계적인 도시인 서울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행정과 체계를 갖출 것을 하나의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맞는 말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트렌드와 규율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선진화된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교단이 100년 전 개교 당시에는 남녀평등 실현 등 가장 선진화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오늘까지 교세가 계속해서 성장해왔다. 그렇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어느새 우리는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다시 트렌드에 앞서가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그 선진화된 문화와 환경의 규율을 지켜야 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 교단과 교도들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교단과 교도들이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을 다른 이들에게 적용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오히려 글로벌 기준을 잘 모르고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 원불교도들이 이들을 이해하고 도와주어 이들로 하여금 진정으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어떤 것임을 일깨워주었으면 한다.

다시 주차장으로 가보자. 서울 대부분의 주차장은 시설기준에 맞게, 정확히 말한다면 대부분 최소기준을 적용하여 만들어졌다. 더 넓게 할 수도 있는데 1대라도 더 주차하게 만들기 위해서, 또는 1평이라도 내 땅을 주차공간으로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딱 최소기준에 맞게 만들고 있다. 이를 가지고 비난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칭찬받을 일도 아니다. 차가 예전보다 넓어진 오늘날 주차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주차를 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서울 교정원시대에 이렇게 폭 좁게 우리를 대하는 행정이나 기준에 대하여 불만이나 이의를 제기하여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리까지 상대방에 대하여 이런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금을 넣고 잔금 지급날짜에 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계약금을 건물주인이 돌려주지 않을 때 우리는 이를 비난하여서는 안 된다. 법대로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건물주일 경우 상대방이 잔금지급날짜를 며칠 늦었다고 하여 당장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행위 등은 자제했으면 한다. 기다릴 수 있다면 기다려주고 정 안 되면 계약금의 전부나 일부를 돌려주는 관용을 보여주자. 우리 자신에 대한 기준은 엄격하게 하되 일반대중에 대하여는 넓은 관용과 이해심을 가지자.

서울에서 이렇게 규정대로 딱 맞게 해서 의뢰인은 절대 손해를 안 보게 하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다. 건축설계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이런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아 우리 교단이 법에 미숙하여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 지키기에 익숙해진 전문가들로 하여금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우리 교단이 심어 주자.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껏 자기 권리보호만을 생각해왔던 현대인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하자.

익산에서 서울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중 이런 삭막함에 대한 걱정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삭막함은 물질의 개벽에 따른 부작용으로 정신개벽으로 극복해야 할 것들이다. 이는 바로 우리의 사명이다. 이런 사명을 몸소 실천하는 서울 교정원시대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총부 주차장에서 내가 느낀 그 느낌을 우리 교당을 지나는 다른 일반인들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원불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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