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풀어 보는 유물

▲ 경상(18 x 28.5㎝, 1920년대)
이 유물은 소태산 대종사가 교서를 집필하거나 서한을 쓸 때 사용하였던 유물로 단순한 모양과 견고한 느낌을 주는 경상이다. 유물의 상태는 양호하고 바닥은 약 30도 정도 기울어져 있으며, 기울어진 바닥의 아래는 책과 펜 등의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낮은 높이로 받침대가 부착되어 있다. 바닥의 아래쪽으로는 여닫이 서랍이 있으며, 서랍의 중앙에는 주석으로 만든 손잡이가 부착되어 있으며 서랍의 하단은 바닥과 가까이 닿아있다.

이 유물은 보통 볼 수 있는 경상과는 달리 경사가 급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소태산 대종사가 글을 쓰고 결재를 하는 등 여러 사무를 보는 가운데 주로 연필과 펜을 사용하였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경상의 형태로 보아 먹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도 있는 유물이다. 아울러 이 유물 위에서 불교정전의 편수, 각종 교단사와 관련된 서류들을 확인하고 결재하는 제반의 일들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볼 때 지극히 역사적이고 소중한 유물이다.

하지만 교단의 가슴 벅찬 현장의 유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고 거친 면이 있다. 그리고 경상의 구조를 볼 때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한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하단의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부좌 등의 자세를 유지한 채 사무를 봐야하는 도가의 책상이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선진들을 지도하고, 일제의 억압과 감시 속에서 지친 몸으로 편안하게 쉬지 못하고 밤이 깊어지도록 교단의 서류를 검토하고, 초기교서를 감수할 때면 편안한 의자와 소파에서 일을 하려해도 힘이 들건만, 다리마저도 편하게 뻗지 못하는 경상에 앉아서 일을 하였을 대종사의 모습을 통해 반듯한 대종사의 위엄 있는 자태를 그려보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경외스러운 맘이 든다. 일하는 가운데 좌선하는 공부법을 가르치면서도 좌선을 중요시 여기며 지도하셨던 소태산 대종사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의 유물을 처음 정리할 때 많은 의문이 들곤 했었다. 교법을 보면 민중적이고 소박하고 검소한 대종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일부 수용품과 사진을 보면 그당시의 최고급 물건들이 종종 보이곤 했다. 특히 대종사의 사진을 보면 소박한 모습이 아닌 너무나 멋지고 위엄 있고, 의상과 사진에 대한 기획과 연출한 모습을 보면 요즘 우리 세대의 모습과 비교할 때도 전혀 손색이 없다.

소태산 대종사를 친견하지 못하는 후세 제자들과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진을 통하여 멋지고 위엄 있는 대종사의 모습을 전해주고, 유물을 통해서 소태산 대종사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활의 검소함과 교법을 실천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듯하다.

어디에서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소태산 대종사의 모습과 유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자비와 심법 그리고 미래세계까지 포용하고 있는 혜안은 대중에게 자각과 성찰의 원동력이 된다. 이 공부 이 사업을 하고 있음이 언제나 자랑스럽다.

<원불교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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