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마음인문학'심포지엄
지역 생산물은 지역에서 소비

▲ 21일 문화 중흥 익산과 먹거리의 마음인문학 심포지엄에서 김흥주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가 '문화 중흥 익산과 먹거리의 마음인문학'을 주제로 21일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컨퍼러스룸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원광대학교가 개교 70주년을 맞이하면서 국가식품클러스터 유치와 백제유적지구 세계문화유산 등재, 인문학적 소양능력 강화라는 대학 목적의 일환으로 열린 심포지엄은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인문르네상스다다익산연구단, 원광대학교 SSK 먹거리지속가능성연구단이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익산시, 원광대학교가 후원한 장이다.

이날 원광대학교 김도종 총장은 환영사에서 "그동안 원광대는 '원광이 뛰면 세계가 설렌다'는 슬로건 아래 21세기 문화선도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백년대계 아시아 중심대학이 되기 위해 대변혁과 내실 있는 교육혁신 일환으로 이번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발표는 '로컬 푸드와 먹거리 마음인문학'을 주제로 한 원광대학교 복지보건학부 김흥주 교수(원광대학교·SSK먹거리지속가능성연구단장)의 기조강연과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한내창 소장의 마음인문학 안내, 원광대학교 인문르네상스다다익산연구단 강연호 단장의 익산 인문도시 안내순으로 이어갔다.

특히 '로컬 푸드와 먹거리 마음인문학'으로 기조강연에 나선 김흥주 교수는 "로컬푸드는 지역먹거리 체계를 이야기하는데, 지역먹거리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말이다"며 "그 개념은 현대 먹거리 체계의 위협속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과거 마을과 공동체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얼굴을 맞대며 기본적인 신뢰에 바탕한 먹거리 체계가 근대를 거쳐 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거대 농기업들의 이윤논리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면서 생겨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로컬푸드'라는 개념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WTO 등 거대 자본을 가진 농업기업들이 전세계 식량사업을 지배하는 과정 속에서 한국의 식량주권이나 먹거리 주권을 위협받게 되고, 패스트푸드 등이 우리 식탁을 지배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부정적 결과들이 도래하게 된다"고 현대 먹거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세계식품시장을 장악한 곡물 최대수출국이자 가공 최대 수출국으로 다수의 초국적 기업들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남기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정치적, 경제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인문학적 또는 철학윤리적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할 먹거리에서조차 돈의 논리로 생산유통하고 있어 그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15년 세계 식량 안보지수를 보면 한국은 26위로 안보지수 78.8%로 사료용 곡물빼고 나면 23%밖에 남지 않는다"며 "식량 자급률은 처참할 정도다. 23%도 쌀 때문에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쌀 빼고나면 5~7%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이러한 식량자급률 때문에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강대국 이윤논리의 먹거리 체계에 너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농촌 붕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세계 가장 고령화된 사회는 일본이라고 알고 있지만, 65세이상 고령농가에서는 일본보다 더 한국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농업후계자는 전체농가의 7%밖에 되지 않아 농업생산이 이미 붕괴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한국사회와 국가가 미래사회에 그대로 존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지속성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이러한 먹거리 체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국내외 로컬푸드 실천사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은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인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만나게 해주는 직매소(farmer's market), 본사 구내식당에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들로만 사용하도록 사내규정이 되어 있는 구글기업, 덴마크의 유기농 공공급식 정책 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해외 사례의 특징들을 "정부의 지원아래 제도화되어 있고, 소비자의 인식변화로 가치보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생산자의 대안의식이 확고, 사회차원의 먹거리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또 복지차원으로 접근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경제적 효율보다 사회적 신뢰를 중요시한다"고 정리했다.

이에 반해 로컬푸드가 잘 이뤄지지 않는 국내 상황의 특징에 대해서는 "아직 시작단계이다. 로컬푸드 활동세력이 분산되어 있고, 정부는 생산력주의와 제도적 신뢰에만 관심이 있으며, 생산자와 소비자는 이중적 가치에 매몰되어 있다"며 "특히 요즘 자치단체에서 주장하는 '로컬푸드'에 대한 공약들은 인문학적 가치와 철학이 없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선거의 수단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로 친환경 무상급식이나 로컬푸드 정책은 정착되지 못하고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끝으로 "우리들의 관심과 실천이 바로 세계 거대 농기업들의 이윤논리를 막고 사회와 자손들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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