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진 교도 / 익산교당
지난해 새해맞이 신년 타종식 때에 아버지는 건강악화로 병원에 있었다.

어머니, 동생과 함께 타종식에 참석한 나는 "사은님, 저희 아버지를 도와주세요, 살려 주세요. 사랑하는 아버지를 지켜 주세요!"라고 두 손 꼭 잡고 울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나는 신년하례 때마다 총부에 와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울며 피아노를 쳤다. 그 후로 새해 아침은 총부에서 맞는 가족모임이 됐다.

그리고 일 년 후, 아버지의 건강은 많이 호전되었다. 올해에도 나는 타종식에 참석해 아버지의 건강을 간절히 기도했다.

온 가족이 새해아침에 모여 함께 기도로써 새해 첫날을 맞이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기쁘고 은혜로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한 신년하례 피아노반주를 계속 할 생각이다. 나의 기도의 간절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총부 피아노 반주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17살이었던 나는 총부 피아노 반주자란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어린 나이에 아침잠이 많았던 나는 처음에는 가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해가 갈수록 총부 법회와 원불교 행사에 반주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총부 법회나 신년하례에 반주할 수 있는 사람은 나라는 자부심이 생겨 행복하게 하고 있다. 어렵고 이상하기만 했던 성가 가사가 이제는 귀에 하나씩 들리기 시작했다.

연초에 있는 신년하례식은 매주 일요일 전국의 각 교당 재가출가 교도가 익산성지를 방문하여 경산종법사의 신년법문을 받들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귀하고 귀한 시간이다. 전국 각지에서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오면 무척 피곤할 텐데도 그 피로도 잊고 오롯하게 종법사 신년법문을 받드는 모습에서 나는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를 생각한다.

반주를 통해 자연스럽게 신년법문을 듣다 보면 1달쯤 될 때에는 법문의 맥락을 읽을 정도로 내 안에 법문이 들어차 있다.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올해 받든 신년법문 중에 "진리는 냉정해서 복을 짓지 않는 사람에게는 복을 주지 않는다"는 말씀을 받들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우연한 기회에 얻은 복이지만 내가 총부 신년하례에 피아노 반주를 할 수 있는 것도 어느 때에 내가 지은 복이구나 생각하니 무척 감사했다.

또 하나의 기쁨은 총부에서 인연이 되었던 대학원 예비교무들이 출가식을 하고 전국에 흩어져 지내다가 신년하례에 와서 만나게 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간혹 사정이 생겨 못 온다고 하면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든다. 피아노 반주가 작은 일 같지만 나에게는 좋은 불연을 맺어주는 소중한 일터이다.

때로는 날씨가 궂은 날에는 귀찮은 마음이 나기도 했지만 신년하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원로교무들이 웃는 얼굴로 어깨를 토닥여주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나태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나는 음악을 통해 많은 이들이 마음의 소통을 이루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그래서 현재 대학원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음악은 세계 만국의 공통어로, 음악이 있는 곳은 이야기꽃이 피고 사람과 사람 간의 마음이 전해진다. 참 행복한 일이다. 때문에 음악으로써 원불교의 감사생활, 은혜생활이 사람들의 마음에 전달되어 은혜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성가 곡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200곡으로 한정하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창작성가를 많이 개발하고, 기존 성가라도 다양한 편곡으로 재해석하여 젊은 세대들이 즐겁게 부를 수 있게 했으면 한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갈수록 성가 반주를 통해 법문을 더 가까이 하는 나는 서른이 되니 법문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고, 하나라도 더 실천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현재 총부 신년하례와 일요예회, 남중교당 일요예회, 여자원로교무합창단 반주를 하고 있다. 이러한 홍복을 입었으니 성가 반주를 통해 사심 없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복을 쌓아 아버지가 더욱 건강해 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