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홍일심 교도 / 원불교여성회장
원불교 개교 100년의 시간은 이웃종교에 비해 역사도 아주 짧고 교세확장에도 충분한 시간은 못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 원불교는 국내 4대 종단의 자리에 올라섰다. 원불교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소태산 대종사의 혁신적 교리에 환희심을 내고 들어왔던 초창기 여성 선진들의 무아봉공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교당과 교단의 대소사에 일심협력해 이끌어 나가는 여성 교도들의 무아봉공의 전통은 여전하다. 그런데 왜 여성 교역자의 지원 숫자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고 젊은 여성교도의 입교도 줄어들고 있으며 들어와 있는 젊은 여성교도들도 활기 있는 신앙생활을 못하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종교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해도 소태산 대종사 교리의 혁신성은 여전한데 혹시 교단 초기의 남녀 평등성이 현실에선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직접 편수한 초기 교서 〈육대요령〉에는 '남녀권리동일'이라 하여 남녀평등 사상이 처음 등장한다. 이어 〈정전〉 자력양성에 그 내역을 밝히며 '기타 모든 일을 경우와 법에 따라 처리하되 과거와 같이 남녀를 차별할 것이 아니라 일에 따라 대우하여 줄 것'과 '여자도 인류사회에 활동할 만한 교육을 남자와 같이 받을 것', '남녀가 다 같이 직업에 근실하여 생활에 자유를 얻을 것이며 가정이나 국가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동등하게 이행할 것'을 제시했다.

현재 전국 572개 교당의 여성 교도회장 수는 83명에 불과하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서 조차 성비(性比)를 맞추기 위해 일정비율 할당제까지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남녀 동수의 수위단 제도가 이미 1세기 전에 만들어진 우리 교단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나왔을까? 여성교도들의 의식이 교리만큼 진취적이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고 여성들이 못하는 것 없는 요즈음 시대에 원불교 여성 교역자의 삶은 더 이상 환희심의 대상이 못되기 때문일 것이다.

교화 활성화의 좋은 대안은 여성회 활동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전업 주부들에게 사회적으로 활동할 길을 열어주고, 그 활동을 통해 우리의 교법이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여 자존감을 높이고, 국제적 활동마당까지 열어서 세계로 나아가고, 그 세계 속에서 원불교를 바라보게 하면 이미 들어와 있는 교도들의 신앙생활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물론 자라나는 2세들에게도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여성회의 활동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20년 동안 원불교를 알리는 대외적인 많은 활동을 해왔다. 한울안 운동을 통해서 북한 우유 보내기, 밀가루 보내기, 18년 동안 이어져 오는 유럽 입양 청소년 모국 방문 행사, 다문화 여성 이모되기 운동, 다문화 여성 우리말 대회를 열었고, 초록 디딤돌 청소년 환경 캠프, 안도컴퓨터 교실, 뉴욕 이주민들을 위한 영어 및 한국어교실, 10년 동안 아프리카 스와지에 여성 자립센터와 빵공장을 세웠다. 지금은 케냐 키툴루니 직업학교를 신축하고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최근 경기인천교구 여성회는 영하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30여 명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을 방문,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성회 혼자만으로 교단적 세계 사업을 다 할 수 없다. 여성회 결성을 각 교당의 교무님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교단 정책적으로 같이 손을 넣어줘서 키워야 한다. 조직을 제도 속에서 키우는 것은 교단의 몫이기 때문이다. 과거 여성 선진들이 보여준 활약을 이제는 원불교 여성회가 발 벗고 나서서 이 시대에 맞게 살려내어 교단의 성장 동력을 다시 일으켜 나아가려 한다.

신앙은 행복한 인생을 위한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이 행복은 결코 개인 생활 속에 안주해서는 얻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종사님이 밝혀주신 전 인류를 낙원세계로 이끌어 가는 사업 속에서 개인은 성장하며 그 성장 속에서 행복을 깨닫게 되어야 참으로 행복한 개인도 된다고 생각한다. 여성교도들이 살아나야 교단은 성장할 것이다.

여성회에서는 이미 분과를 만들어 각자 좋아하고 활동하고 싶은 모임을 통해서 재능과 신심과 공심을 나누어 나갈 수 있는 마당을 열어 놓았다. 이를 인정하고 뒷받침하는 교단의 인식이 없이 교화활성화는 공염불이다. 대 사회 대 세계 공익운동인 '한울안 운동'과 '함께 하는 대호법 운동'으로 앞서서 달리고 있는 여성회 활동에 교단의 지원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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