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선 교무 / 청소년국
'1318원'. 주유소 앞을 지나가다 바라본 휘발유 가격이다.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1200원대에 진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제 유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왜 국제유가가 떨어졌는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한때 미국에서는 〈석유 고갈 시대에 살아남는 법〉 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석유는 이제 약 30년간 쓸 정도의 매장량만 남았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예측대로라면 2000년대 들어 석유자원은 완전히 고갈됐어야 한다. 헌데 이상한 일은 석유의 확인매장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이 주도하여 석유와 가스를 머금은 퇴적층(세일층)에서 가스를 추출하는 방법 세일가스(shale gas) 혁명이 공급 확대의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당시 흥분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발밑에 백년을 쓰고 남을 에너지원이 있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 하던 3년 전만 해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석유고갈론이 무색해졌다. 그래도 한정된 석유는 언젠가는 고갈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석탄시대에서 석유시대로 넘어왔듯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석유시대에서 가스, 수소, 태양광 등 다른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서, 석탄이 고갈되지 않고 있듯이 석유 또한 고갈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3년 전 겪은 휘발유 값 2000원 하던 고유가 시대에 한 미래 전망과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분간 지속될지 모르는 휘발유 값 '1300원 시대'는 대체에너지에 대한 변혁의 움직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휘발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원불교가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라 보기 때문이다. 교단은 어쩌면 석유 고갈론이 팽배하던 시대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원불교 3대 1회가 시작되는 시점인 1973년 이후로 청소년교화는 꾸준히 어려워졌다. 청소년교화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여파가 전무출신의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나아가 교세 악화라는 교단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창립 30년 이상이 된 교당에서도 법회 출석이 10명 미만인 곳이 많다. 오랜 고질병처럼 고쳐지지 않는 교단 풍토에도 그 원인이 있다. 자신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 교당보다는 처음 인연지였던 교당을 떠나지 않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타지역 교당 법회를 다니는 풍토다. 특히 수도권 교당들은 그 당시 인구 밀집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신도시들이 많이 생겨 그 지역으로 빠져나간 교도들이 아직도 먼 거리를 이동하여 기존 교당에 출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30년 전 석유고갈론에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기존 30년 전의 교화 방식으로는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없다. 기술 성장에 따른 휘발유 1300원대의 시대는 분명 대체에너지와 같은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왜냐면 이는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어 있다.

저유가가 세계 경제 변혁의 에너지가 되는 것과 같이 원불교도 지속되어 온 교화 침체가 변혁의 에너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응축하여 폭발시킬 수 있는 환경이 서울시대라는 표현이었으면 한다.

교정원 부서가 익산에서 서울로 오느냐 마느냐의 위치문제가 아니라 서울시대라는 의미는 인류 정신문명을 이끌어갈 교화 구조를 시대에 맞게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틀을 바꾼다는 것은 기존 형태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바꿔 나간다는 의미보다는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가 더 적합하다.

음악을 주로 듣던 CD플레이어는 음원이 mp3형태로 바뀌면서 사라져 갔다.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이다. 현대인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음원을 다운받거나 스트리밍 하여 음악을 듣는다. 우리가 'CD플레이어 디자인을 어떻게 바꿔서 대중들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 자체가 어리석인 일이 됐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재생하는 방식과 플레이어는 바뀌었다. 이와 같이 교법은 변하지 않지만 시대에 맞게 교화의 틀을 변혁시키는 것이 서울시대의 소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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