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효천 교무 / 군종교구
최근 재미있는 뉴스를 봤다. 외부의 자극 없이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멍하니 있는 상태를 요즘 말로 '멍 때린다'고 한다. 이렇게 멍하게 있을 때, 기억력과 창의력이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수업이나 업무시간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생각될 수 있기에 지적 받았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위의 뉴스는 실제로 직장인 남녀에게 각각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주고 생소한 용어들을 15분 동안 검색하게 하고 곧바로 30개 단어가 적힌 종이를 주고 1분 동안 외우게 한 뒤 얼마나 외웠는지 기록하게 했다.

다음에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이른바 '멍 때리기'를 요구한 뒤 마찬가지 방법으로 곧바로 기억력을 측정해보니 남녀 모두 4개씩 많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 외국 연구에서도 '멍 때리기'를 하고 난 후 기억력이 1.5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보며 우리의 명상을 생각해본다.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 좌선법에서 '부득이 당연한 일에 육근(六根)의 기관을 운용하는 것도 오히려 존절히 하려든, 하물며 쓸데없는 망념을 끄리어 두뇌의 등불을 주야로 계속하리요'라고 했다.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5시간 12분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출퇴근 시간이며, 쉬는 시간,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검색, 메신저와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모니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며 두뇌의 등불을 밤낮 없이 계속 켜두고 내 안의 연료만 연소시키고 살아간다. 소비만 많고 저축이 없으면 파산을 면하기 어려운 것처럼 비우기만 하고 채우지 못하면 허망한 삶을 살아가는 지름길이 된다. 마르지 않는 근원을 통해 정당한 소비를 위한 채움의 과정을 우리는 명상, 좌선이라 부른다.

좌선의 수행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멍 때리기'의 짧은 시간이 나의 망념을 제거하고 진여의 본래 성품을 나타내는 순간임을 안다. 따라서 위의 연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 과학이 대종사의 가르침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지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크게 새롭지 않다.

이미 좌선을 오래 하여 그 힘을 얻게 됐을 때 오는 10가지 공덕 중 한 가지로 밝혀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멍 때리기' 자체가 우리의 좌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멍 때기리'는 짧은 시간 망념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기운이 반드시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흩어지는 기운을 모아 수양력을 얻기 위해 '단전'에 집중하도록 지도했다.

일반 사람들은 뉴스의 기사를 보고 마음을 챙겨 '멍 때리기' 운동을 하게 되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더 깊고 효율적인 정신 수양의 방법을 닦아오고 있었다.

명상, 좌선이 우리의 행복과 가치있는 삶을 위한 필수적인 관계임을 알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자리를 찾아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것이다.

학생들은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 주말에 학원에만 몰려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 교당에 다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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