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김덕찬 교무/청해진다원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아무리 때를 잘 맞춰도 그 때 그 일을 하지 못하면 역시 소용이 없게 된다. 서너 명이 있어도 부족한 일을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다. 1년을 보낸 지금도 처음과 같이 여전히 잡목과 넝쿨 속에 뒤덮인 차밭을 속절없이 바라본다.

급박하게 기업의 생사를 다투는 세상의 경쟁 논리가 어림없는 일일까? 즉 백전백패의 일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11동의 폐가 중 겨우 2~3동을 수리하여 살고 있다. 게다가 부채까지 안고 있는 경제적인 여건의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와 같이 20여 년을 지내온 곳이며 고군분투한 선진들의 혈성어린 보람이 무색한 안쓰러운 모습이 현실이다.

그러나 천혜의 환경 속에 다듬어져 있지는 않지만 얼기설기 만들어져 있는 차밭 하나로 할 수 있는 희망을 최대한 그려보았다. 이 공간에 맞는 최적의 설계와 디자인이 필요하고, 이를 함께 만들어 갈 동지들이 필요하고, 또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간 설계가 거의 마무리 됐다. 이곳에 이루고 완성시킬 꿈 설계의 최종 결정단계에 이르렀다. 보다 구체화시키고 교단과 상의해 만들어 가는 일만 남았다. 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편달이 발전의 초석임을 다시 강조해 본다.

이제 3월 전후하여 올해 첫 차로 약용차인 쑥차가 나오고, 뒤 이어 때에 맞는 차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천연 야생상태의 차 본연 성정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다할 것이다.

차는 맛과 향이 경쟁력이다. 청해진다원만이 갖는 고유의 맛과 향을 찾아서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아울러 이러한 차를 통해 대자연의 기운에 합일하고 연할 수 있는 차 문화의 틀, 콘텐츠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 틀 속에 우리의 교법이 시대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그에 맞는 다양한 체험, 실습, 쉼과 힐링의 문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 수행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상선 정진과 훈련 도량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인재 발굴에서 육성 까지 원스톱 교화와 사업의 장으로 새롭게 거듭나고자 한다. 세상 표현으로 6차 산업의 완성에 정신문화를 더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차가 갖는 약성이 오늘날 기호식품화 되어 있음을 널리 활용하고 더 연마하여 차의 성정을 오롯하게 드러낼 수 있는 그 한 잔의 차가 세상과 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장차 우리 교단을 대표해도 부끄럽지 않을 명차를 만들어 내기 위해 오늘도 심혈을 기울이고, 이 공간을 문화교화의 청정 대 도량으로 개척해 갈 것이다.

또한, 교단 1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2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 새 시대 새 회상 새 교단의 새로운 정신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 속에 내어 놓으라는 거룩한 소명! 그 천명을 수행하고자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무한한 꿈을 꾸며 버려진 형극의 땅이자 천애의 고도인 완도 은선의 골짜기, 차와 동백림에서 홀로 고요히 제생의세의 대 서원과 도약을 꿈꾸며 숨어 살아왔던 선인들의 차향을 찾고 나누는데 여생을 헌신하고자 서원해 본다.
숙세의 도반들이여!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가?

단 한번 밖에 없는 이 생에 이 법, 이 회상에 왔을 때, 교단과 세상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을 헤아려, 보다 큰 서원으로 삶의 가치를 아름답게 갈무리하고 영생을 준비하는 새로운 도전의 꿈을 함께 이루기 위해, 진일보의 서원을 다시금 깨워내길 간절히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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