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효천 교무 / 군종교구
교당에 온 손님을 위해 자주 가는 식당이 있다. 평소 사람이 많아 예약을 하게 되는데 인원과 메뉴를 불러주면 도착 후 몇 번 자리로 오라고 안내하고 해당 테이블에 앉으면 긴 대기시간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식사를 하며 흥미로운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 식당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예약없이 오게 되는데 여느 식당과는 다르게 손님이 들어오면 아무곳이나 앉는게 아니라 카운터를 담당하는 직원이 몇 번 테이블에 앉으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는 예약 손님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 되는 듯하다.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당에 들어온다. 테이블을 담당하는 직원이 식사 후 나간 자리를 바쁘게 정리하며 예약을 했냐고 물어보고 그냥 왔다하니 자리에 앉으려던 손님을 향해 잠시만 기다려 달라 한다.

그런데 대기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는지 남성이 정색하며 아무곳이나 앉으면 되지 사람을 기다리게 하냐며 역정을 내며 나가고 그 뒤를 따르는 여성 또한 기분 나쁜 표정으로 불쾌함을 전하며 나갔다.

각자의 시비이해 속에 건설되는 삶을 보며 식사를 하는데 식당에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는 직원의 대화를 들어보니 조금전 불만을 이야기하며 나갔던 손님이다. 그 손님에 대한 어떤 취사를 할까 궁금함이 생긴다. 아까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주려 하지 않은 그 손님에게 원망심이 나올만도 했다.

그 당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이해를 구할 줄 알았는데, 이런일에 많은 경험이 있는 듯 능숙하게 대처하며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다시 식사를 하러 오라며 통화를 마친다.

소태산 대종사는 장 구경을 하다 옹기 장수와 빈 지게를 지고 온 사람을 보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옹기 장수가 지게만 지고 온 사람을 위하여 온 것이 아니었고, 지게만 지고 온 사람은 옹기 장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지만 각자 자기의 구하는 바를 얻고 돌아가게 됨에 결국 다 한가지 기쁨을 얻었으니 이것이 서로 의지하고 바탕이 되는 이치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가게 주인이 거만하다 하여 화를 내고 그대로 가니,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보고 물품을 사러 장에 온 것이 아니라 대우 받으러 장에 온 것이라 비웃었으며, 어떤 사람은 가게 주인이야 어떠하든지 자기가 살 물품만 실수 없이 사는지라 주변 사람들이 실속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는 상황을 말했다. 이 일을 보고 들으며 우리들의 교단 생활하는 일과 비교가 되어 혼자 웃기도 하고 탄식도 했으니 이 이야기에서 깊은 각성을 얻어 보라고 했다. (〈대종경〉 교단품 22장)

식당에 온 사람은 식사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고, 시장에 온 사람은 장보기에 충실하였을 때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는 은혜를 발견하게 되며 서로가 기쁨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의 연속되는 순간 속에서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근본 목적을 잊게 되면 그 끝이 언제나 허망하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에 바탕한 사람이라면 세상의 비웃음을 면할 수 없게 된다는 산경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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