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정 교무/영광국제마음훈련원

영산성지 영모전 앞에는 봄이면 새하얀 목련꽃이 봄소식을 전한다. 그래서 그곳의 목련나무를 보면 늘 순백의 목련꽃을 떠올리게 된다. '올해도 피겠지'. 출근길에 매일 영모전을 들러 역대선진 열위 전에 인사를 올리고 나오면서 목련나무의 씨눈을 확인하게 된다. 아주 조그마한 씨눈은 꽃이 지면서부터 맺혀 잘 보이지 않았는데 겨울이 깊어지면서 털이 보송보송해지더니 어느새 엄지손가락만 하게 커져있다. '아직 겨울인데…'하며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씨눈을 하나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어머나! 이럴 수가!' 그 안에는 모두 것이 완성된 목련꽃이 있었다!! '이미 완성된 목련꽃이 봄기운만 닿으면 바로 밖으로 나왔구나!.' 경이롭다.

경산종법사는 예비교역자 훈증 시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대추씨 속에 대추 줄기와 잎이 있느냐?" 너무 어려운 성리문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씨앗 안에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눈으로, 진리의 눈으로 보면 보이는 줄기와 잎과 꽃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완성하지 못하고 미완성인 채 살아가는 이 시대에 많은 아픔들이 있다. 특히 청년실업이 그렇다. 얼마 전,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협박성 메모지를 남겼다가 경찰에 검거된 30대 남성은, 대학원까지 졸업한 고학력자였다. 그는 취업이 안 돼 사회에 불만이 쌓여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학력자의 취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진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구직자 중 대졸 이상 고학력 구직자 비중은 2008∼2009년 19.8%에서 2010∼2014년 22.6%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도, 작년 1∼8월 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자이면서 남성인 청년의 체감 실업률이 27.9%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자신의 좌절과 분노를 드러낼 대상을 찾게 된다. 그 공격 대상이 내부로 향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외부로 향하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거나 최소한 많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해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일을 벌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시대는 불안을 안고 사는 사회이다. 외로움, 공황장애, 불안증세, 자살 등이 나를 완성의 씨앗이 아닌 미완성의 존재로 살게한다. 이제 이 시대현안에 시대해법을 정치, 종교, 문화, 각 가정에서 찾아야 할 때이다. 특히 진리적인 관점에서 그 해법을 줘야 할 몫이 종교인, 그 중에서도 원불교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교단 2세기의 출발의 의미를 여기에 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즉, 진리적인 관점으로의 인식전환을 시켜줘야 한다. 교당에서 교무와 재가교역자, 교도들이 각 훈련원에서 그 숫자는 비록 적을지라도 그 영향력은 크리라 본다.

이미 완성된 존재로서의 의미로써의 나의 접근은, 진리적인 안목에서 나를 보는 것이다.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성품자리, 대자리에서 보는 모습이다. 그리고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가능성의 옥토에 어떤 씨를 심느냐에 따라 무한히 달라진다는 것.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자존감 넘치는 가능성의 접근이 사회망으로 형성되길 구축해 가야 하지 않을까. 피우지 못하고 쓰러지는 젊은 씨앗들을 묻어주고, 발아시켜 훌륭한 꽃과 열매를 맺도록 끊임없이 북돋아 주는 역할, 그것을 안에서 대외적으로 활기찬 행보를 해야 할 시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가능성을 심는 방법으로 먼저 기도를 올린다. "뭔가를 해달라는 기도가 아닌 이미 완성됨을 감사할 줄 아는 기도를 올리라!"는 선배 교무의 문답감정을 받고 오늘도 기도를 올린다. '모두가 사은의 은혜이니, 우리의 모든 일들이 감사로 이루어지게 하니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