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는 공부 위해 사경합니다"
법문사경 40년 간 시행
인터넷사경 개근 3년째 도전

매서운 한파가 지나고 햇살이 따스한 날, 동마산교당을 찾았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과 인접한 교당은 넓은 마당과 정원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교당에 들어가자 복타원 김원복(69·福陀院 金圓福) 교도가 반갑게 맞아줬다. 어린 시절부터 기도생활을 해왔다는 그는 원기56년~96년까지 만40년간 사경을 해왔고, 최근에는 인터넷 사경 3년 개근에 정성을 다하는 열혈교도다.

"어머니 전법성 교도가 통영교당과 진주교당 창립주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천연두를 앓아 얼굴에 흉이 있어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했습니다. 원기38년 통영교당 설립을 위해 우리 집을 찾은 김영신 교무님은 어린 나에게 '너랑 나랑 첫 인연이 아닌 것 같다. 너 앞으로 우리 식구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는 김 교무가 준 염송문(현재 독경집)의 금강경, 참회문을 다 외웠고, 아홉 살 때부터 어머니와 기도와 좌선을 시작했다. 유난히 글씨체가 좋았던 그는 초등학교 시절 경필반, 서예반에서 활동하며 〈불교정전〉의 내용을 적었고, 그 글은 학교 강당에 전시되기도 했다. 그때 〈불교정전〉 20번을 적었다는 그는 어머니와 함께 총부에 있던 정산종사도 만났다. "정산종사는 어린 나에게 '너는 서원을 뭘로 세웠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절대로 남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고 답했습니다. 할머니는 나만 보면 예방주사를 맞혀 곱던 손주 얼굴에 흉이 생겼다고 며느리 원망을 많이 했습니다."

이후 그의 가족은 통영에서 진주로 이사를 했고, 원기48년 진주선교소 창립에 큰 역할을 했다. 전무출신을 결심한 그는 성인이 되어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서울대 피부과를 찾았다. 하지만 수술을 할 수 없는 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전무출신의 꿈을 접었다.

"시간이 흘러 원기56년 개교반백년기념식에 참석했는데 대산종사를 뵈니 눈물이 정말 많이 났습니다. 원기43년 통영교당을 찾은 대산종사께 '법을 담는 큰 그릇이 되겠습니다'고 약속했는데 스스로 너무 해놓은 것이 없어 그해 10월부터 사경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40년간 〈원불교전서〉 총 80번을 적었다. 어린 시절 〈불교정전〉을 적은 것까지 합하면 정전 100번을 사경했다. 그가 사경에 특히 집중하게 된 것은 원기69년~원기71년까지 총부에서 시행한 원불교통신강좌에 참가하고부터다. 총부 훈련부에서 그에게 책자를 보내주면 답을 작성해 보내고 심사에 통과하는 형식이다. 그는 초급반, 이해반, 연구반1, 연구반2, 교사반까지 책 50권의 전 과정을 수료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중도에 포기를 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원기96년 몸이 많이 아팠고, 진주에서 마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동마산교당에 다니면서 인터넷 사경을 시작해 오늘까지 22번째 하고 있습니다. 새벽4시에 일어나 기도와 좌선을 한 후 새벽5시부터 1분기도 후 사경을 시작합니다."

그가 사경을 완료하고 받은 컵은 인터넷 사경이 어려운 동마산교당의 원로교도에게 차례로 선물했다. 하루 8시간씩 사경하느라 눈, 어깨, 허리가 아프지만 참고 한다는 그. 내년 8월까지 인터넷 사경 만3년 개근을 목표로 한다. 그는 전서가 모두 4,367단락으로 하루에 8시간씩 100단락을 치면 완료에 45일이 걸리고, 하루 50단락을 치면 90일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사경에 집중하기 위해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관뒀고, TV도 보지 않는다.

"64년째 공부를 하면서 비우는 공부는 잘되는데, 묘유가 잘되지 않습니다. 채우는 공부를 하기 위해 사경을 합니다. 인터넷 사경은 건강, 인터넷, 컴퓨터까지 이상이 없어야 가능합니다."

그는 원기99년 8월 토요일 인터넷이 되지 않아 위약금을 내고 그날 다른 통신사로 바꿔서 사경을 했고, 원기100년 6월에는 한문변환이 되지 않아 컴퓨터 본체를 교체해 사경을 시행했다. "정각정행과 지은보은을 표준하고 살았습니다. 대종사 법문 신성품 11장, 〈정사종사법설집〉의 원각가, 〈대산종사법어〉 거래편 47장이 특히 좋습니다"

그는 30대 초부터 어머니를 대신해 교당에서 주무, 단장으로 활동했다. 법연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는 최근 연원달기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 그는 원기98년 11명, 100년에 18명을 교단으로 인도했고, 올해도 입교연원 10명을 목표로 불공하고 있다.

"개인적인 소망은 빌지 않지만, 올해는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가 성대하고 안전하게 열리길 기도합니다. 이를 계기로 교도들이 늘었으면 좋겠고, 내가 이끈 연원들이 4종 의무를 다하는 교도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법회 오기 전 언제나 교단품 23장을 읽고 온다는 그. 가까운 사람끼리 언행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공부인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