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화 이야기 1

▲ 최수진 교무 / 태국개척교화
泰國吟(태국음)
南方崇佛地(남방숭불지)  남방땅 부처를 숭배하는 땅
僧門極老眼(승문극노안)  승문에는 극 노안들 이더라
春來看不識(춘래간불식)  봄이 오는 것을 보면서도 알지 못하니
除霧樂日光(제무락일광)  안개를 거두어 밝은 빛을 보게 하리.
(경산종법사 법문)

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골목에 나타나는 황색승복의 승려들. 하루의 시작을 부처를 섬기는 이들의 은총으로 시작하고자 음식을 들고 기다리는 이들, 곳곳에서 들려오는 크고 작은 팔리경전 소리가 들린다. 2014년 8월 태국개척교화지로 부임하면서 익숙해진 풍경들이다.

태국의 인구는 약 6500만명으로 국토의 면적은 남한의 5배 정도다. 인구의 90%가 불교도이며 왕실과 국가, 즉 모든 관공서의 사람들은 불교도이어야만 되는 곳이다.

태국에서의 불교는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왕실과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지원받고 있다. 우리들이 흔히 인식하는 남방불교의 특징, 여전히 부처님 당대처럼 집집마다 돌며 차제걸이를 하는 모습을 아침 일찍 볼 수 있고 계율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하다.

현재 국왕 또한 왕위에 오르기 전에 승려생활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승려로서의 삶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의 서민들에게 불교는 기복신앙화 되어있고, 수행과 공부는 승려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흰저고리에 검정치마의 위력이 돋보였던 지난 1970년대, 대산종사의 법문 가운데 세계불교도교우호의 활동에 대한 기대와 협력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교단에서 태국과 인연이 시작된 것은 먼저 세계불교도교우회(World Fellowship Buddhist)단체를 통해서다. 전팔근 원로교무의 회고에 따르면 원광대학교 초대총장이신 박광전(호적명 길진) 총장의 해외 순방 중 동남아지역의 불교지도자들과 만남이 이루어졌고, 그 후에 이 조직의 회원으로 원불교가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WFB에서는 세계 불교 지도자들이 모여 불교가 나아가갈 방향에 대해서 서로 고민하기도 하고, 불교학에 대한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10월 경산종법사의 태국순방길은 참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태국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국가적 불교행사에 경산종법사의 기조법문의 시작으로 행사가 진행되었고, 태국에서 가장 명성이 있는 마하쭐라롱컨대학에서의 강연 또한 살아있는 마음공부를 전하는 중요한 시작이 되었다.

교단에서는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꾸준히 그 활동에 함께 해오고 있으며 이번 정책적 개척교화지로 선정된 이유 역시 앞으로 세계불교도교우회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불교도교우회에서의 원불교의 역할은 여전히 세계 이곳저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종교적 반목과 분쟁을 종교연합과 불교연합으로 '존중과 공존'라는 방향을 잡고 동참하고 협력하는 일이다.

태국 방콕에 부임하면서 〈정전〉 개교의 동기를 수차례 되새기게 되었다. 소태산 대종사의 개교의 동기가 이제 내가 이곳에 부임한 동기가 됐다. 여행가방 하나를 들고 태국 땅을 밟던 8월말, 5평 남짓한 여관방에서 창문밖으로 보이는 태국의 첫인상은 너무나 심란했다. 쓰레기를 잔뜩 실은 차가 덮개도 없이 달리고, 수십명의 사람들을 트럭위에 싣고 달리는 모습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섭씨 38도를 넘어서는 더위에 밖을 나갈 수 없었던 답답함도 이곳에서의 삶의 전주곡처럼 제 마음을 힘들게 했다.

어느 한 선진께서는 "주법(종법사)의 혜안은 여래의 혜안이라"고 나에게 가르침을 줬다. 종법사께서 태국을 방문할 때 "너는 바위 위에 농사를 지을 사람이다. 해외교화를 하려면 창자가 길어야 한다"한다고 셨는데, 그 말씀의 뜻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었다. 바위 위에 농사를 짓는 다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 창자가 길어야 한다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 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나는 스승님의 안내로 태국 왕실에서 운영하는 마하쭐라롱컨대학 불교학과에 입학하게 되었고, 황색 승복을 입은 승려들과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승불교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던 나에게는 새로운 문화권에서 존재하는 불교를 새로 공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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