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산 김윤중 원정사의 발인식이 재가출가 교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7일 중앙총부 반백년 기념관에서 진행됐다.
윤산 김윤중 원정사님!

스승께서 떠나던 날에는 소리 없는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더니, 스승께서 평소 즐겨 거닐던 대각전 앞마당에 상서로운 매화꽃이 하얗게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격동하던 한국사를 온몸으로 견뎌 내면서도 교단 발전의 흔들림 없는 초석을 놓아준 스승님의 열반과 함께하는 법계의 봄소식인가 봅니다. 저희들은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불과 50여일 앞두고 이렇게 떠나신 스승님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고 한없이 슬프오나, 머지않아 스승께서 떠난 그 걸음마다, 남기신 그 자취마다, 희망의 새 생명들이 파릇이 돋아날 것을 믿사옵기에, 오늘은 두어줄 고사를 받들어 스승님과 영결의 슬픔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윤산 김윤중 원정사님!

원정사께서는 대종사님 이하 역대 스승님께 남김없이 모든 것을 다 바치셨던 절대 신성의 대 신앙인이셨습니다.

스승께서는 16살 어린 나이에 소태산 대종사님을 친견하고 '참 사람이 되겠다'는 서원 일념으로 전무출신의 길에 들어선 후로, 일평생 역대 종법사님들을 가까이서 보필하며 스승님들의 경륜이 이 땅에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셨습니다. 특히 남한강 일을 비롯한 연이은 사건 사고들로 교단이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을 때 법무실장의 중임을 맡아 대산종사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며 교단적 시련과 난관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도록 걸음걸음 대신성으로 일관해 뒤를 따르는 저희 후진들의 든든한 사표가 되어주셨습니다.

스승께서는 그 확고한 신성을 바탕으로 회상의 법통대의를 수호하는 일과 공의정신과 공법질서에 바탕한 교단운영에는 추상같이 엄격하셨지만, 선후진 동지간에 친애와 윤기를 통함에 있어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하여 인정이 넘치는 봄바람 같은 정의를 베푸셨습니다.

원정사께서는 오늘날 우리 교단이 이웃종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법치교단의 기틀을 다져주신 대 행정가이셨습니다. 스승께서는 1차 교헌개정 때 정산종사를 보필해 법제위원으로 참여하신 것을 인연으로, 오늘날의 교헌으로 발전하기까지 교헌은 물론 교단의 법제와 행정의 기틀을 확립하고, 우리 회상이 법치교단으로서의 면모를 완비해 나가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종법사 자문기구로 있던 수위단회를 교단의 최고결의기관으로 그 위상을 확립하여 공의를 바탕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될 수 있게 해주셨고, 교정원장 겸직으로 되어 있던 중앙교의회의장의 권한을 재가교도들이 수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삼권분립의 기초를 명확하게 닦아주셨으며, 교화·교육·자선 3대 사업을 중심으로 교단이 균형 있는 발전을 해나갈 수 있도록 조직과 법제를 정비해 합리적인 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초를 튼튼히 다져주셨습니다.

원정사께서는 일찍이 종교 사회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오늘날 원불교 사회복지의 기틀을 잡아주신 대 봉공인이셨습니다.

스승께서는 해방 후 전재동포구호사업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법의 사회화를 위한 대외 창구인 원불교 사회복지가 기틀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대산종사의 경륜을 받들어 봉공회관을 신축하는 등 사대봉공회 창립에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교정원장 재임 시절에는 당시 보육원과 양로원에 국한되었던 원불교 사회복지의 사업을 삼정원과 자선원 등 정신요양시설과 부랑인보호의 생활시설복지와 종합사회복지 등으로 그 영역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원불교사회복지가 한국사회에 튼튼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그 기틀을 확고히 다져주셨습니다.

윤산 김윤중 원정사님!

원정사께서 출가서원을 한 이후 사무여한 무아봉공의 정신으로 70여 성상을 교단과 함께 해 온 자취가 비단 이것뿐이겠습니까? 생각하오면 선공후사의 정신을 바르게 확립해 준 일, 한편에 치우침 없이 대의를 바로 세워준 일, 말없는 가운데 후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일 등등 저희들로서는 스승님이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되었사오나, 생사거래는 천리의 원칙이라 이제 안타까움과 슬픈 마음을 거두고 스승님에 대한 기억과 교훈들은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그 정신을 오롯이 받들기로 다짐하옵나이다.

윤산 김윤중 원정사님!

스승께서 평소 염원하셨던 총화하는 교단, 법치하는 교단, 실력 쌓는 교단, 세계로 뻗는 교단의 실현을 위해 저희들이 더욱 노력해 나가겠사오니, 이제 참 열반의 세계에서 잠시 편히 쉬시옵다가 일원대도 영겁법자, 일원회상 영겁주인으로 이 회상에 다시와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대업을 원만성취하는 대성자가 되시옵소서.

원기101년 3월7일 교단대표 성도종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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