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벤쿠버교당
원불교는 생활종교입니다. 종교를 위한 종교가 아니라 삶을 빛내는 종교죠. 우리의 일상이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이나 다른 생명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도록 이끌고 돕는 종교라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불교의 신앙과 수행은 삶의 무게를 훌훌 벗어버리고 깊은 산중에나 들어가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그런 형태가 아닙니다.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마주하며 다양한 인연과의 만남을 통해서 깊어집니다. 피할 수 없는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면서도 그러한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일과 이치간에 녹아 있는 진리를 연마하며 그 진리를 따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죠.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 일 자체로서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좋고 나쁘게 받아들임 만이 있을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나의 마음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돌아가는 이치를 동시에 알아야 합니다. 성리(性理)라고 하죠. 내 마음이 운용되는 원리와 우주만유가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알아서 진리를 따르고 순리를 따르면 행복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나의 행복 뿐 아니라 세상의 평화와 행복도 따라오죠.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평소 생활하면서 수행할 수 있는 요긴한 지침으로 〈일상수행의 요법〉을 제시하십니다. 우리의 본래 마음을 잘 간직하고 진리를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수행 표준이자 마음의 다짐과 같은 것이죠.

"1.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2. 심지는 원래 어리석음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어리석음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혜를 세우자. 3. 심지는 원래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그름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계를 세우자. 4. 신과 분과 의와 성으로써 불신과 탐욕과 나와 우를 제거하자. 5.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자. 6. 타력 생활을 자력 생활로 돌리자. 7.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을 잘 배우는 사람으로 돌리자. 8. 가르칠 줄 모르는 사람을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돌리자. 9. 공익심 없는 사람을 공익심 있는 사람으로 돌리자."

일상의 다양한 경계를 본래 마음을 챙겨서 흔들림없고 지혜롭고 올바른 마음을 회복하고, 굳건한 믿음과 용장한 분발심과 의문과 정성으로서 믿지 못하고 탐욕스럽고 게으르고 어리석음 물리치며, 원망할 일이 있더라도 은혜를 발견하여 감사생활하고, 자력을 세워 타력에 의지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배우지 않으려는 마음을 돌려 잘 배우고, 가르치지 않으려는 마음을 돌려 잘 가르치고, 나와 내 가족만 위하려는 마음을 돌려 널리 공중에 유익을 주는 삶이 되도록 마음을 쓰라는 것입니다.

쉽지 않죠. 쉽지 않기에 챙기고 단련하고 노력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수행이라고 하죠. 일상을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고, 수행한 마음의 힘이 일상을 빛내는 선순환 말입니다. 일상수행의 요법, 우리도 이 지침으로 평상시 생활 속에서 마음을 챙기며 한 번 살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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