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명근 교도/대치교당

서울시대를 앞두고, 교정원을 비롯한 교단의 의사결정이 속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다. 필자는 대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하거나 다른 종단과 체계적으로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교단의 의사결정의 속도가 교도들의 기대에 못 미치게 느리다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전제하에 이 글을 풀어냈다.

혈성으로 일하는 교무들의 노력에 비해 교도들의 눈에 의사결정이 느리게만 보이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교무들의 '전문성 결여'라고 생각한다. 비전문가들이 자신들이 내린 의사결정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위원회와 회의를 통해 조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려고 하지만 그런 위원회와 회의의 참가자들도 전문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들은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해당사안의 실무자급 교무들보다 그 사안에 대해 관심도 부족하고 그들의 본업이 있기 때문에 피상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중요한 결정은 실무자들이 내려주길 바라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 본다.

문제는 이렇게 최초의 전문적 연구가 결여된 사안이 몇 단계의 회의를 거치다보면 번번이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실기(失機)가 누적되어 오늘날 우리 교단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교화침체를 초래했다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필자는 이 문제의 해결은 교정원과 교단경영의 대부분 업무를 교무가 아닌 비교도 또는 재가교도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방법에 답이 있다고 본다. 즉, 교무는 교화와 수도에 전념케 하고, 각종 행사는 행사기획과 진행전문가에게, 회계업무는 회계전문가에게, 부동산과 건물임대 관리는 부동산 관리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이것이 지자본위다.

현재처럼 이 모든 업무를 교무에게 맡기는 것은 마치 유명가수가 공연기획에서부터 공연장소 섭외, 무대설치, 음향기기조작, 광고, 티켓판매, 좌석정리, 그리고 공연수입결산까지를 모두 도맡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실 조금만 다른 산업으로 눈을 돌려보면 전문가들에게는 본연의 업무만 맡기고 이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경쟁에 살아남는 경우는 전무하다. 영화배우도 마찬가지고 컨설팅 회사도 그렇다. 현재의 교정원 조직운영방식으로는 모든 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있는 이 세상을 건질 수 없다고 본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교무들은 애초의 서원으로 봐도, 교역자로서의 적성으로 봐도 교정원의 행정 또는 경영 업무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들이라는 점이다. 서원도 적성도 맞지 않는 분들이 교정원 업무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영화배우나 의사에게 회계업무를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혹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함이라면 이 역시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큰 착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교무는 교무의 전문성, 예를 들어 마음공부, 천도재 등 그 분야에서는 이 세상 그 어느 직업 집단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전문성을 발휘하여 생산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본다면 원가절감위주의 인력운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번 상상해보라. 우리가 존경하는 교무들이 모든 세간사와 복잡한 관리와 행정업무로부터 벗어나서 세상사를 날카롭게 관찰하고 시름에 쌓인 교도들을 만나고 시대에 흐름을 읽기 위해 책을 읽고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설교를 위해 일주일 내내 공부한 다음 법회에서 교도들과 함께 호흡한다. 교도들은 법회와 기도 등 우리 교단의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깊은 법열을 느끼고 보은과 봉공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교도 4종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소중한 인연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교당으로 인도한다. 이들이 교단에 희사하는 재원으로 교정원이 전문가들을 고용한다. 그리고 이 전문가들은 다시 교무가 수도와 교화에만 전념할 수 있게 모든 관리, 행정 업무를 매끄럽게 그리고 신속하게 처리한다.

이래야 교화가 절로 되지 않겠는가?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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