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생수

▲ 김일원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그동안 교육학계에서는 학생들의 정서에 대한 관심이 무척 드물었다. 물론 심리학계에서는 정신건강 및 생활적응과도 연결되는 개인의 정서와 정서조절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학습자 정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었다. 정서는 비합리적이며 이성에 의해 조절되고 통제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되고 이성보다 열등한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인데, 이렇듯 이성의 힘을 절대시하는 관점에서 정서는 그다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풍토는 상당히 오랫동안 지지받아 왔고 현대 교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머리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존재를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최선이라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정서는 삶의 일부분으로서 인간의 인지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이러한 사실을 많은 연구자들이 최근에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교육학계는 학습자의 정서, 정의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다. 인지적 영역만을 별개로 취급할 수 없으며, 정의적 영역, 행동적 영역과 아울러진 총체적인 접근이어야만 비로소 학습자의 전인적 발달을 도울 수 있다는 데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

최근에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 또한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세상에 어떠한 가치들이 있는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돕지 못하고 오직 공부만 잘하고 좋은 대학만을 향해 달린 결과, 우리는 타인과 공동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공감 결핍의 이기적인 사람들을 무수히 양산했다. 각계 각처에서 인성과 인성교육이 빈번히 회자되는 것은 이러한 현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제 많은 이들은 인지적 능력만이 아니라 보다 더 근본이 되는 인성에 많은 관심을 쏟기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마음공부를 이야기해 왔던 교단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마음공부의 사회적 확산에 주력해 왔던 교단이기에,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고 그저 반갑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공부를 예전부터 이야기해 왔다고 해서 지금 상황에 안주하기에는 부족함들이 있다. '사람의 마음 바탕이 어떠하며 사람된 모습이 어떠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바로 '인성'이라는 한국교육학회의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음을 잘 살피고 잘 사용하자'는 '마음공부'가 모든 사람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선 좀 더 발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원불교 교법을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체화시키려는 노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 원불교 경전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몇 몇 마음공부 프로그램들이 있으나, 대상은 다양하고 공부 정도도 천층만층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으며 사람의 성향 따라 접근되는 양상도 차이가 있다. 여러 다양한 내용뿐 아니라 대상과 단계 등을 고려하여 상황에 맞게 전달될 수 있는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마음공부 프로그램의 내용과 가치 뿐 아니라 형식성과 체계성, 호기심을 높이는 데도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울여야 한다. 현대사회가 멀티미디어 정보사회인 만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프로그램과 보조도구가 생산적으로 활용될 때 대중들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음공부 프로그램 및 활동들을 전담하거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교단 내 부서 또는 기관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곳곳에서 이와 관련한 활동들을 활발히 또는 열심히 시도해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어떠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싶을 때, 정작 교단 구성원들은 어떤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찌 보면 개인의 정보력에 의존하고 있는 수준이라 하겠다. 각 훈련원의 프로그램들까지 포함하여 교단 내에서 개발되고 실시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시급한 일중 하나라 생각한다. 이렇게 될 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데 있어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오던 풍토에서 벗어나 교단적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형태로 변모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교단 백주년을 맞이한 이때에, 과연 선택과 집중이 어디에 필요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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