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상담, 실존상담연구소
자유로움으로 나를 찾는 여행

▲ 임인구 소장.
▲ 서교동에 위치한 실존상담연구소.
'본격적으로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을 하루쯤 선물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띄어진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실존상담연구소.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자아초월상담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임인구 소장이 2년 전 개소한 곳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자발적 자유로움이 허용된 곳이다.

"자아초월상담학은 일단 이름이 어렵게 느껴진다. 자아초월심리학(트랜스퍼스널심리학)의 이론적 기틀을 제공하고 통합심리학의 분야를 개척한 학자가 켄 윌버다. 켄 윌버는 현대 심리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은 사상가다" 그와의 이야기는 자아초월심리학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됐다. 자아초월심리학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그는 이곳에서 상담학의 학문적 기반을 다졌다.

"상담은 치유의 개념도, 문제해결의 과정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길을 걷다가 근처 타로카페나 사주카페를 들어가고 싶은 가벼운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건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소망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궁극적인 앎에 대한 욕구다. 그것을 자극한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내담자가 방문하더라도, 결국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게 하는 근본적인 것에 맥을 대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본래 면목'을 깨닫게 하는 자아초월심리학적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은, 이내 깨어진다. 그의 상담은 결코 어렵지 않다. 오히려 단순하고 직접적인 접근 방식이다. 사례로 '우울해서 왔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대학생에게, 임 소장의 상담접근은 정면 돌파다.

"우울하다는 것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내담자가 가장 일상에 천착되어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그는 "현재 내담자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 취업고민, 이직문제, 직장상사와의 불화 등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어떤 마음에 갇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하게 실제로 지금 움직이고 있는 내담자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다"고 그는 차분하게 설명한다.

"부처님은 어떤 형상의 마음이 찾아오던 간에 '나의 오랜 친구여, 나는 그대를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음을 '잘 알았다'는 것이다. 마음은 속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지만, 마음을 잘 알고 보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도 같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고 그는 전했다.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결국 '아, 내 마음이 이렇구나'를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른 채 붙잡고 있다 보면, 결국 그 마음 안에 갇혀, 답답함과 고통이 크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하면 화를 안 낼 수 있어요?'라는 내담자의 질문에, 그는 오히려 '화'의 목소리를 내게 한다. "화를 내면 안 된다는 눌림이 있어 화를 결국 만나지 못하고 있다. 내 마음 안의 화를 온전히 바라보고, 화의 목소리를 내게 하면, 지금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슬픈지 드러난다"는 그는 "이렇게 불친절한 지구에서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 남아있기 때문에 결국 화가 나는 것이다. 나를 수호하기 위해 화라는 에너지가 나에게 온 것이다"고 말을 이었다.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존재로서의 나, 슬픈 삶을 견디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알게' 되면 내담자의 색채는 달라진다. 그는 "나의 존재를 감싸 안는 품이 느껴진다. 슬픔 자체가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슬픔이 그라운드에 놓여있는 것 같은, 어떤 품 속에 안겨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심리학 용어로 '그라운드'라고 이야기하는데, 본래자리, 성품자리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담 과정 속에서 결국 내담자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일상에서 금지하고 있는 마음을 허용하고 있는 실존상담연구소, '마음을 쉬게 하는' 이곳에 요즘 젊은 세대들의 발길이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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