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원경 기자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3연속 불계패를 당했다. 인공지능로봇 알파고에게 1승을 거뒀지만 3번째 대국까지 연패하며 이 9단의 승리를 염원했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바둑은 단순한 프로그램 입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직관과 연산이 필요하고 패턴인식으로 풀어내는 게임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계가 인간을 상대로 이기지 못했던 분야가 바로 전략게임이다. 알파고가 이 9단을 이겼다는 의미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넘을 수 없는 우월한 존재가 됐다는 사실이다.

2014년 12월 스티븐 호킹박사는 BBC와의 회견에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류 종말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과학의 발달이 인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릴 적 보았던 영화 '터미네이터'는 컴퓨터가 인간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판단, 인간을 위험한 존재로 여겨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손에서 제어 할 수 있는 범주에 벗어나 버린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알파고의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3월11일 카이스트 강연에서 한학생의 "인간이 인공지능을 선택하거나 활용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지나치게 걱정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반응은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인공지능의 사용자에 대한 책임으로 대답하고, 인간의 도구일 뿐이라고 밝혔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그 이면에 갖게 되는 두려움은 무엇 때문인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 인류가 갖고 있는 두려움은 진화되는 물질문명에서 이미 윤리적으로 미성숙했던 과거 식민지 건설과 1·2차 세계대전 같은 아픔을 겪으며 무의식적으로 기억되는 지난날의 역사일 것이다. 자신들이 물질문명에 빠져 스스로를 위태롭게 했던 역사가 미래에 불신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개벽사상은 물질문명이 발달되는 시대에 맞춰 정신문명이 함께 이뤄져야 함을 말했다. 과학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발전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과학을 어디까지 발전시키느냐를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물질 선용의 주체가 되는 근본이념, 정신문명의 발전이 없다면 그것이 인류의 위기다. 인공지능 같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스스로가 어두웠던 과거의 역사를 반복할 것이다. 인류의 과제는 과학 진보의 토론보다, 정신문명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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