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한 교단 주도의 선언문이 나와야"
인류공동체의 권리 선언
올해 유엔총회 통과 확실
교단적 메시지 전달 필요

▲ 이광윤 교수는 종교연합운동, 유엔 산하 NGO 차원에서 원불교 주도의 '기후변화 선언문'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지구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인류 공멸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파리기후변화총회는 각국 정상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새로운 기후체제(파리 협정)에 합의했다.

'파리 협정'을 도출함에 따라 올해 유엔(UN) 총회에서 '인류공동체의 권리선언문' 통과가 유력시 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의 빠른 합의는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리기후변화총회 부속 인류공동체의 권리선언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참가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광윤(법명 도관·강남교당) 교수를 만나 새로운 기후체제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인터뷰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연구실에서 진행됐다.

- 파리기후변화총회 부속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세계환경법률가대회 인류공동체(humaniy)의 권리선언에 대한 학술대회에서 '불교철학에서 본 인류공동체의 권리선언'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파리고등사회연구원에서 진행된 학술대회의 기조 발제는 프랑스 대통령위원회 위원장인 르빠즈 변호사가 맡았다. 발표한 핵심 내용은 〈정전〉 천지은을 조문별로 소개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연기론적으로 접근했다.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과 업에 바탕한 윤회사상, 인간 이외 다른 형태의 생명체들도 훼손해서는 안되며, 상호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더불어 서양 법학과 불교철학의 유사성을 언급하며 양자의 만남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 참여하고 있는 국제비교환경법센터는

유엔등록 환경법단체인 국제비교환경법센터는 프랑스 리모주에 본부를 두고 있다. 여기에는 환경법분야 세계 최고의 환경법 관련 석학 1500여 명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학회는 유엔에서 공식 승인한 세계 유일의 환경법 관련 NGO(비정부기구)다. 지난해에는 일본 센다이에서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과 아키히토 일왕 등이 참여한 '재난과 인권'이라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지구의 재해재난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지금, 자연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절차적 참여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인권, 환경영향평가, 법적인 문제 등이 논의 대상이었다. '환경법상에서의 불후퇴원칙'도 거론됐다.

- 불후퇴원칙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불후퇴원칙은 제정해 놓은 국제법에서 후퇴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만든 환경법의 규제선을 뒤로 물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국제법이나 국제조약, 협약 등에서도 환경법이 후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불후퇴원칙이다. 환경정책의 후퇴 원인은 주로 경제적인 문제로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법을 완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현재 범세계적으로 자리 잡혀 있다. 환경법은 세계 경관, 위생문제를 비롯해 미(美)적인 것까지 포괄한다. 쾌적한 환경에 살 권리를 말하기 때문에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된다. 정물화처럼 정적인 환경법이 아닌 새가 날고, 물고기가 뛰고, 사슴이 노니는 동적인 환경을 말하고 있다.

- 인류공동체의 권리선언은 무엇인가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재직할 때, 1879년의 프랑스 인권(human right) 선언을 대체할 새로운 인류공동체의 권리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기후변화총회 의장국인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이번 총회에서 '인류공동체의 권리(right of the humanity)선언'을 제안하게 됐다. 프랑스 장관을 역임한 르빠즈 변호사가 위원장이 돼 위원회를 구성했고,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사상에 바탕해 전문과 4개 원칙, 6개 권리 및 6개 의무를 작성했다. 프랑스 정부가 제안한 내용은 1948년 유엔 인권선언, 1992년 리오환경회의, 1997년 유네스코 선언문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었다. 내용은 첫째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상호의존적(interdependance; 연기론)으로 연결되어 있고, 둘째는 인류공동체의 범위는 과거 조상, 현재 세대,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포함한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 인간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을까.

인류공동체의 권리선언을 위한 위원회의 가장 큰 분과는 상호의존분과다. 인간과 생명체, 생명이 없는 것까지도 연결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종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다른 종이 살 수 없는 곳은 인류도 살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욕망이다. 인간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성장을 추구한다.

시장경제 질서를 보면 확연하다. 계속적으로 성장만 추구하다 보면 결국은 자연을 파괴하게 된다. 그러면 인류의 자산인 종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무차별적인 이윤추구로 지구는 폐허가 되고 만다.

이번 선언은 불교 사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욕망이 환경파괴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탐진치를 제거하고 새로운 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후변화에도 환경윤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각국의 이해관계로 환경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의 일이다. 현재의 여건에 맞게 각 나라가 조금씩 희생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지도자의 마음 자세와 개인의 마음 자세도 바뀌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종교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이기심을 버리고 인류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가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 인도양 지역의 작은 섬나라는 물에 잠겨 호주로 이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정치적 이유가 아닌 환경적인 이유로 난민이 됐다. 원래 국제법상에서 인정하는 난민은 정치나 내전으로 인한 전쟁 등으로 피해를 입어 이주한 사람들을 뜻한다. 하지만 환경으로 인한 이주이기 때문에 난민이라고 부르지 않고 '환경 이주민'이라고 부른다.

국제법상 이들을 난민법으로 수용할 수 없어서 환경법으로 구제해야 할 처지다. 환경 재난으로 인한 이주 문제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 원인자 부담 원칙을 따지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한 나라가 모든 책임을 질 수도 없을 뿐더러 전가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인류 공동책임이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는 요인은 단적으로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브레이크 없는 욕망의 전차가 폭주하면 인류는 결국 공멸하게 된다. 각 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 인류공동체 권리선언문에 대한 교단의 대응은

불교에서는 2009년 '행동할 때는 지금: 불교도 기후변화선언'에 달라이라마 등 지도자들이 서명을 했고, 제21차 파리기후총회를 앞둔 2015년 10월 '불교지도자 기후변화 성명서'를 발표했다. 천주교도 2015년 6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교황회칙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적인 흐름을 봐도 교단 주도의 '기후변화 선언문'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원기100년 대각개교절 경축사에서 경산종법사는 '더불어 살아가는 동포인 생령들을 함부로 살상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무자비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생명적 은혜를 하루 빨리 깨닫고, 자연을 후손만대의 유산으로 물려주자'고 법문한 바 있다. 법문의 연장선에서 종교연합운동에서든 아니면 유엔 산하 NGO 차원에서든 원불교 주도의 '기후변화 선언문'이 요청된다.

5월1일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와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 참가하는 종교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서명을 받아 발표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 이광윤 교수는
한국공법학회 부회장과 한국토지공법학회 부회장,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심판위원, 한국환경법학회 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환경부 환경보전자문위원회 중앙위원회 위원, 한국행정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유럽헌법학회 환경포럼 대표와 국회지구환경의원연맹 자문위원,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 심판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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