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고도 16일 참으로 맑고 따뜻한 봄날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정년퇴임식이 진행됐다. 통상 퇴임식이 열리는 날엔 일기가 고르지 못하고 추위가 남아 있었는데, 원기101년도 퇴임식은 달랐다. 기념관 1, 2층에 빈자리가 없고 서있는 사람도 몇백명이 되고도 남았다.

양제우 교화훈련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퇴임식은 화기가 충만했다.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기쁨이 충만했다. 오후 1시 30분 식이 시작되기 전에 퇴임자들이 한 분 한 분 소개되면서 불단 앞에 마련된 좌석에 미리 입장을 함으로써 식 진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좋았고, 축하객들도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좋았다. 중앙총부 의식진행이 날로 세련되고 있어 박수를 보낸다.

사회자의 설명기도도 장엄했고, 불단 꽃꽂이며 식장 준비가 정성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년퇴임 선진들이 한 분 한 분 입장하는 모습이 거룩하고 아름다웠다. 자신의 소임을 무사히 마치고 법신불 사은과 대중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이날 경산종법사는 퇴임자들에게 친필 법문을 식전에 미리 나눠주고, 식장에서는 꽃다발을 손에 앞앞이 쥐어 주었다. 경산종법사는 이날 설법에서 퇴임자들의 그간의 노고에 대해 치하한 후 "고락을 뛰어넘는 무심의 선락(禪樂)을 누리고, 복이 어디서 오는지 인과를 아는 만큼 작복(作福)의 즐거움을 누리며, 부처님 회상에서 수많은 인연들과 불연(佛緣)을 깊이 하시라"고 당부했다.

퇴임자를 대표한 월산 조원오 교무는 퇴임사에서 "교단의 당면 과제는 교화 현장을 살리고 유능한 인재를 폭넓게 영입하는 일이다. 교화 부진과 인재 부족이 그동안 교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불찰임을 참회한다"면서 "교단 지도부와 후진들을 믿고, 교단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며 기운을 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퇴임한 55명 전무출신들은 참으로 장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십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교단에 들어와 고귀한 출가 서원을 세우고 간사 근무를 시작으로 반백년을 전후한 긴 세월을 지내며 교단 발전을 위해 교화 현장이나 기관, 중앙총부 등지를 오가며 무아봉공, 살신성인의 전무출신 정신을 표준 삼아 인욕하고 헌신하며 올곧게 살아왔다.

그 동안 현역에서 지친 건강을 돌보며, 자신이 추구하는 취미 생활도 하고 수양에도 적공을 하며, 재미나고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 그런 가운데 내생 전무출신의 서원을 새롭게 하고, 인연 닿는대로 후진들이 교화하는 교당을 찾아 설법도 하고 훈증도 하며 교화가 흥왕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

교단법에 의해 70세에 정년퇴임을 하지만, 요즘 70세는 아직 젊고 건강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교당 교화를 돕는 자원 봉사에 나서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정년퇴임을 진정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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